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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Mar 05. 2024

아빠도 다시 학생이 되기로 했어!

새 학기, 셀프 커리큘럼, 나도 새내기


새 학기 시작!


아이가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 새 학기가 시작된다고 들떠 있다. 짝꿍은 누가 될지, 선생님은 어떠실지 궁금해한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내심 부럽다. 새 학기가 시작된다는 설렘. 학교를 다닐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


이번에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들은 OT를 거창하게 하는 모양이다. 음향업계 쪽에서 일하는 지인이 요즘 대학교마다 OT행사 요청이 많아서 분주하다 하는 걸 보면. 심지어 어떤 학교는 OT때 유명 가수도 초청을 하고, 일일 축제처럼 오전부터 밤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확실히 이제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간 듯하다. 아, 이제 막 대학교 신입생으로 첫 학기를 시작하는 스무 살들은 설레기도 하고, 막막함도 있을 거고, 떨리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자체로 부럽다! 부러워!


이래서 3월 초가 되면 씁쓸함이 좀 느껴지는 걸까. 이제 더 이상 난 새 학기를 맞는 학생일 수 없으니까. 다시 학생이 될 일은 요원하니까. 어제 아침,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힘차게 학교로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기특하고, 응원해주고 싶다. 부럽기도 하다. 왠지 짠하다. 가만, 그렇다면 말이야. 나도 그럼 셀프로 새 학기를 시작하면 안 되나?


그래서 생각했다. 나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나대로 공부를 하면 되잖아. 그럼 나도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이지 뭐. 이런 세상 간단한 일이 있나. 마냥 내 아이와 이제 막 대학에 가는 스무 살 청년 애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교수님들이 각 과목마다 커리큘럼을 짜듯, 나는 나 스스로 올 2024년 1학기의 지도교수가 되어 공부 커리큘럼을 짜는 거다. 옳거니!




그럼 어떻게 커리큘럼을 짜볼까? 요거 참 새롭구나. 셀프 공부 계획을 구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설레잖아. 반나절 고민을 하고 고심한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2024 봄학기 김이안 학생 커리큘럼


주 교재 및 학업 콘텐츠


* 드라마 : 미스터 션샤인 (총 24부작)


* 소설 : <이토록 사소한 것들> <시선으로부터> <맡겨진 아이>


* 자기계발서 : <도둑맞은 집중력>


* 글쓰기 도서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영화 : <일포스티노> <작은아씨들> <엘리멘탈> <시네마천국>   


* 정기 과제 : 브런치에 연재 글 발행(월,화,목,금)



♧ 주별 계획안


3월 1주: 미스터 션샤인 (1,2화) / 책 '도둑맞은 집중력' (3월)

3월 2주: 미스터 션샤인 (3,4화)

3월 3주 : 미스터 션샤인 (5,6화)

3월 4주 : 미스터 션샤인 (7,8,9화)


4월 1주: 미스터 션샤인 (9,10,11화) / 책 '시선으로부터',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4월)

4월 2주: 미스터 션샤인 (12,13,14화)

4월 3주: 중간고사 (학기 중간 점검 글쓰기)

4월 4주 : 미스터 션샤인 (15,16,17화)


5월 1주: 미스터 션샤인 (18,19,20화) / 책 '맡겨진 아이',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5월)

5월 2주 : 미스터 션샤인 (21,22,23화)

5월 3주 : 미스터 션샤인 (24화)

5월 4주 : 영화 '일 포스티노'


6월 1주: 영화 '작은 아씨들' / 책 '이토록 사소한 것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6월)

6월 2주 : 영화 '엘리멘탈'

6월 3주 : 영화 '시네마천국'

6월 4주 : 기말고사 (학기 종강 소감문 쓰기)






 커리큘럼 설명 


* 미스터 션샤인(드라마)


: 커리큘럼에 웬 드라마인가 싶겠지만, 작품성 있는 드라마에는 배울 것들이 많이 있다. 미스터 션샤인(선샤인이 아니었다)의 경우 '올해의 드라마' 상을 비롯, 각종 시상식에서 다양한 수상을 한 작품이다. 또한 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하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및 영상미를 볼 수 있어 이번 봄학기 커리큘럼 드라마 부분 주 콘텐츠로 선정하였다.


* 소설 <이토록 사소한 것들> <시선으로부터> <맡겨진 아이>


: 클레어 키건은 2023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소설가로 그녀의 작품은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세기에 한 번씩 나오는 소설가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고, 키건의 소설은 중단편이지만 깊은 여운과 울림이 있다. '시선으로부터'는 정세랑의 대표작으로 수없이 많은 호평을 들었으나 아직 읽지 않아 선정했다.


* 자기계발서 <도둑맞은 집중력>


: 교보문고에서 이 책의 머릿말을 보고, 이건 꼭 읽어야 해! 라는 강한 마음이 들었다. 과도한 도파민 중독으로 인해 우리의 뇌가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가 사회적으로도 있기에 골랐다.


* 글쓰기 도서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은유의 책을 읽으면 글쓰기가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 네이버 오디오 캐스트로도 다 들었던 그의 강의를 책으로 다시 한번 읽고자 선정했다. 김선영 작가의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는 보석 같은 명문장들이  담겨 있어 로이텀 수첩에 한 땀 한 땀 필사하려고 선정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내 글이 자꾸만 일기 같아서, 에세이로 제발 좀 바꿔보려고 선택했다.  



* 영화  <일포스티노> <작은아씨들> <엘리멘탈> <시네마천국>   


: 스무 살 새내기 때 교수님이 수업 때 <일포스티노>를 보여주셨는데 OST만 기억나고 영화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겐 스무 살 하면 떠오르는 영화라, 또 아직도 명작이라 평가받는 영화라 선정했다.


<작은 아씨들> 마지막에 자신의 책이 출간되는 걸 바라보는 조의 표정이 너무 기억에 남아, 다시 보려고 정했다.


<엘리멘탈> 아내가 극찬을 하기에.


<시네마 천국> 이 영화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나뉜다고 누가 말하길래. 이제라도 꼭 봐야지 싶어서.



* 정기 과제 : 브런치에 연재 글 발행(월,화,목,금)


-> 제일 중요한 과제다.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만 하고 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내 언어로 표현해야 공부가 되고 내 걸로 남는다. 인풋만 있고 아웃풋이 없으면 헛공부다. 이 과제를 6월까지 꾸준히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김이안 학생의 학점이 결정된다.






커리큘럼 짜는 게 이리 재밌는 거였나.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 때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박사과정까지 하고 교수님도 해볼걸. 뭐 어떤가. 지금이라도 이렇게 셀프 커리큘럼 짜고 새 학기를 맞는 학생이 되어 스스로 공부하면 되지. 하이야, 너만 새 학기를 맞는 게 아니야. 아빠도 설레는 새 학기 시작이야. 가슴이 다시 뛰는 이 기분, 좋구나!


아빠도 진짜 열심히 공부할 거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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