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아빠가 된 제군들, 축하한다. 아내를 챙기고 거드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거다. 산후조리원에 같이 머물든, 집으로 가든, 어쨌든 아내의 몸조리를 위해 이제 미역국을 자주 먹게 될 거다.
본인은 감사하게도 얼마 전 둘째 아이를 얻게 됐다. 아내의 퇴원 후 이번엔 산후관리사님이 집에 오셔서 아내를 챙겨주었다. 그리고 역시, 관리사님은 미역국을 큰 냄비 한가득 끓여 놓으셨다.
아침도 미역국, 저녁도 미역국. 이렇게 미역국을 줄기차게 먹다 보면 물린다. 당연하다. 그런데 아내 앞에서 티를 낼 순 없다. 아내의 산후 몇 주 동안 당신은 이걸 기억해야 한다.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은 누구? "아내!" 이 명제를 잊지 말라. 이걸 잊고 아내에게 함부로 다른 힘든 티나 불평을 했다간, 평생 그걸로 시달림을 당할 것이다. 그러니 다시 마음에 새기자. 지금 이 우주에서 제일 힘든 사람은 누구? "아내!"
다시 미역국으로 돌아가자. 아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를 위해 삼시세끼 미역국을 몸에 집어넣는다. 당신은 그래도 직장에 출근한다면 점심 한 끼는 다른 음식을 먹지 않는가? 그러니 아침저녁 미역국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 라고 하려 했으나, 쉽지 않더라.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도 고역이더라.
그래도 언젠가는 미역국에서 벗어날 날이 있을 것이다. 아내가 친정으로 내려가서 산후조리를 더 하든, 아니면 잠깐이라도 다른 데에 가 있든, 아내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혼자 자유롭게 식사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 그러니 버티고 버텨라. 나는 힘든 티를 함부로 내서는 안된다. 산후조리 후 몇 주, 우주에서 제일 힘든 사람은 누구? "아내!" 이니까.
서론이 너무 길었다. 지금부터 나는 냄비에 혹시 한가득 남은 미역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사실 몇 번이나 미역국을 계속 먹으면, 미역국을 쳐다보기도 싫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냄비에 한가득 남은 미역국을 그대로 싱크대에 버리고 싶기도 하겠지만, 사실 미역국은 몸에 참 좋다. 자꾸 먹어 질려서 그렇지.
남은 미역국,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그대는 결론을 유추하고 있을 것이다. 미역 라면을 끓여 먹어라. 맛이 기막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이 선호하는 라면을 골라 평소처럼 끓는 물에 스프, 라면을 넣은 뒤 냄비에 있는 미역을 한가득 넣고 끓이면 된다. 세상 간단하다. 다양한 라면을 넣고 맛을 시험해 보니, 개인적으론 RTA라면, 우리의 너구리 라면이 미역과의 케미가 가장 잘 맞았다.
라면 국물의 매콤함에 미역의 건강한 짭짤함이 곁들여지면 굉장히 깊은 맛이 난다. 면발과 미역 본연의 식감도 조합이 상당히 괜찮다. 그렇게 나는 냄비 한가득 남은 미역국을 미역라면으로 승화시켰다.
제군들이여, 신생아빠들이여, 매콤, 짭짤, 오동통. 깊고 진한 맛의 미역라면을 먹으며 그동안의 설움을 날려 보내자. 그대도 누구보다 고생 많았다. 그대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신생아빠의 역할을 하느라 정말이지 눈물나게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