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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09. 2024

감기도 여행이다


감기가 찾아왔다. 아주 오랜만에. 모처럼 왔다고 몸 안 구석구석을 제대로 순회하고 있다. 요 며칠 잠을 충분히 못 잔 게 원인일까. 지난 몇 일의 생활패턴을 복기하며 결국 피로 누적을 원인으로 결론 내린다.



자신이 왔다는 신호를 인후통과 콧물로 알리는 감기. 선발대는 인후통이고 본진은 콧물이다. 지금은 콧물과 그로 인한 코막힘이 나를 괴롭힌다. 낮에는 비교적 견딜 만 하지만 문제는 밤이다. 잠이 보약이라고, 푹 자야 회복이 빠를 텐데 콧물이 잠을 쫓는다. 양쪽 콧구멍을 번갈아 막아가면서. 거기다 이제는 숨 쉴 때 맵고 시린 코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정상적인 호흡이 그립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그래서 특별히 인지하지도 않았던 숨 쉬는 일의 소중함. 그 자연스러운 호흡을 그리워하며, 기도한다. 다시 아무렇지 않게 숨 쉬었던 그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코막힘과 코시림으로 잠을 설치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어쩌면 감기도 하나의 여행이다.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알게 해주는 여행. 건강한 상태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닫게 하는 여행.



이제 감기라는 여행은 충분히 했으니 오늘 밤을 끝으로 돌아가고 싶다. '건강'이라는 집으로. 지금 먹는 약과 오늘 밤 잠자리가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귀국 티켓이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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