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영화를 보고 나면 짧게라도 감상평을 남겨야 한다. 주말에 아이와 소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간단하게라도 기록을 남긴다. 그래야 뭔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든다. 아쉬운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다.
책을 보며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만난다. 급하면 일단 사진을 찍어두고 조금 여유가 있으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 타이핑을 해둔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면 오래 기억하기 위해 어떻게든 글로 남기려 한다.
유난스럽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건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나름의 애씀이다. 세월은 체감상 자기 나이만큼의 시속으로 흘러간다고 하는데, 이 체감 시속을 늦추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둘째가 어느덧 백일이 됐고, 첫째는 이제 자기가 10대가 되었다고 자랑스러운 듯 내게 말한다.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을 보면 걷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에 관한 글들이 많은 걸지도. 조금 더 아이들에게 따듯한 기억과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내가 먼저 나 자신의 독특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영혼의 자유로움을 안고 살아가기 위해. 행복과 감사의 순간을 차곡차곡 모으며 일상을 즐길 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래서 나는 유난스럽게 기록하고 글을 쓰려하는지도 모른다.
한때, 한시라도 빨리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첫째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브런치에 차곡차곡 글을 쓰려 한다. 그리곤 쓴 글들을 선별해 '너에게 아빠가'라는 타이틀의,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이 해줄 수 있는 글 모음책 한 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아름다운 건 기록해야 제맛이다.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순간들도 기록해야 제맛이다. 책이든 영화든 마음을 울리는 콘텐츠가 있다면 나의 언어로 기록해야 제맛이다. 나만의 맛을 내며 살기 위해 오늘도 뭔가를 쓴다.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맛을 내며 사는 이의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무엇보다, 글과 기록에 대해 대해 유난스러운 나 자신이 좋아서 쓴다. 유난스럽다는 건 특별한 데가 있다는 거니까. 글과 기록에 특별한 진심이 있다는 것. 이건 곧 글을 쓰고 기록하는 나 자신을 애정한다는 의미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