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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12. 2024

오 그대는 아름다운 가수!


싱어게인 59호 추승엽 가수. 그의 무대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상하게 가슴이 저릿하다.



'싱어게인3'는 끝났지만 아직도 그가 불렀던 노래들을 찾아 듣는다. 경연 초반엔 그의 개성 있지만 앙칼진 목소리가 살짝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런 톤의 목소리가 생소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좋진 않고 특이한' '확 다가 오진 않는 음악'. 추승엽 가수도  인터뷰에서 본인의 음악이 대중에게 이렇게 들리는 것 같다 말한 바 있다. 분명 취향의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그의 목소리와 음악에 나는 '불' 쪽에 가 있었다.



그러나 TOP 10 결정전 패자부활전.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을 부르는 추승엽 가수를 보는데 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리고. 그의 긴 무명 생활과 음악에 대한 진심, 간절함 등이 가사와 어우러지니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행복한 건 나


아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물들게 하지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대

너무 좋아요


그대 말없이

내게 모두 말해요


_ 들국화



음악에 대한 그의 마음을 표현한 탁월한 선곡과 무대였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하는 음악은 그냥 이런 음악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목소리라도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잘 보여드리겠다'는 그의 진심이 느껴진 게.



가수 추승엽은 결국 파이널 라운드까지 올라갔다. 두 번의 패자부활전을 포함하면 싱어게인3에서 가장 많은 9번의 경연 무대를 보여줬다. 매 무대마다 색다른 시도와 도전을 했던 59호 가수. 또한 장인의 경지를 보여준 기타 연주는 그가 뮤지션으로 걸어온 지난 삶의 시간들을 장조와 단조를 넘나들며 압축적으로 펼쳐냈다.



본인이 속한 밴드 '악퉁'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할 때 모객이 안 돼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추승엽. 그럼에도 그 긴 무명의 시간을 버텨내고,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하며, 뮤지션의 길을 걸어온 여정과 서사가 싱어게인에서 빛을 발했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음을 믿는 것.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무의미해 보이는 시간들을 성실히 채워가는 것.



지금도 계속,

자기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든 이들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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