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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May 13. 2024

뭐라고 제목 짓기 애매한 잡문

결론은 밖으로 나가자


관성의 법칙은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_ 뉴턴, 관성의 법칙


글을 매일, 혹은 2~3일에 한 번씩이라도 쓰면, 첫 문장을 시작하기 전까지 꾸물럭대는 시간이 확실히 적다. 그러나 7일이 넘어가버리면 글 쓰는 모드로 뇌를 전환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오랜만에 축구를 하면 몸이 뻣뻣하고 생각대로 잘 안 움직이는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 생각과 생각이 잘 연결이 안 되고, 뉴런인가 신경다발인가가  막혀있는 것 같은. 그래서 하릴없이 창밖의 나뭇잎들을 쳐다본다. 멍을 때리고, 음악을 듣는다. 하품을 한다. 잠깐 일어나서 서성여보기도 한다.   



쓰다 말고 뜬금없이 여름휴가 첫날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다. 이번엔 파주 헤이리를 가볼까. 뷰가 좋은 카페에서 책 읽다 산책하다 빈둥대다 하며 푹 쉬고 싶다. 찾다 보니 북스페이 펜션이란 신박한 곳이 있. 책장 가득 책들이 꽂혀 있고, 책을 끼고 뒹굴거릴 수 있게 포근한 매트 같은 것도 깔려 있다. 거기에 근사한 풍경을 고 있는 통유리창이 탁. 분위기 좋은데? 그런데 역시나, 숙박비가. 그렇지. 저렴할리는 없지.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갈 때 특유의 글 쓰는 몰입감이 있다. 달리는 중간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느껴지는 '러너스 하이'처럼 글을 쓸 때도 몰입에서 비롯되는 충만함 비슷한 게 있는데, 그게 잘 안 생긴다. 산만하다. 잡생각이 머릿속을 굴러 다닌다.  쓰다 말고, 자꾸 딴생각을 한다. 학교 다닐 때 자주 익숙하게 느꼈던,  숙제하기 싫은 마음. 억지로 책을 붙들곤 있으나 영혼은 다른 데 가 있는 느낌.



그럼에도 뭔가 쓰고 싶고 쓰고 싶은 내용도 있는데, 이게 표현이 잘 안 된다. 맴 속에 뭔가 꿈틀거리는데 밖으로 표출이 안 되는구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뭐 대단한 작가도 아닌데 써지지 않는다고 고뇌하는 나. 웃프다. '역시 난 작가 기질이 좀 있어'라고 다독이고 셀프 격려도 하며 토닥여보지만. 흐름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



창문 너머 나뭇잎들이 해사하게 반짝거린다. 아무래도 안 되겄다 오늘은. 밖에 나가서 좀 걸어야지. 몸을 움직여야지. 피부로 바람을 느껴야지. 햇빛을 쬐며 나도 광합성을  해야지. 세로토닌 좀 분비해 내야지.



처럼 오프인 날, 모처럼 나는 페에서 잡다한 생각들을 하다가, 영상을 보다가,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멍을 때리다가, 통유리 앞을 서성이다, 결국 밖에 나가기로 결정한다. 요기 거리 하나 사서 시장함을 달래고, 걷는 편을 선택한다.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하고 나가자, 저 햇살 속으로. 나가자, 살랑이는 바람 속으로. 나가자, 나름대로 지금의 이 오후 시간을 즐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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