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폭탄이 터졌다. 이럴 때 보면 얘가 똥을 등으로 싸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 기저귀 안에 있어야 할 똥이 어찌하여 등에 이리도 많이 묻어 있는 것인가.
황금색 똥으로 물든 옷을 세숫대야에 담가 놓는다. 아, 참고로 말이 세숫대야지 이 세숫대야는 똥 묻은 옷을 빨래할 때부터 본연의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이제 아무도 이 대야에서 세수를 하지 않는다. 불쌍한 세숫대야. 그러나 너는 빨래대야로 승화하여 누군가는 꼭 감당해야 할 숭고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가 똥 묻은 옷을 비눗물과 함께 품고 있어야만 황금색 얼룩을 빼낼 수가 있느니라. 내 자네를 명예롭게 졸업시킬 때가 있을 것이야. 자네가 아니면 이 옷이 살아날 수가 없다네. 다른 기저귀와 마찬가지로 초록색 종량제 봉투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을. 자넨 지금 한 옷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네. 그러니 내 이렇게 부탁함세. 고맙고 또 고맙네.
내 한동안 손빨래는 나의 작업 목록에서 없애버린 지 오래건만. 그래서 웬만한 옷은 다 블랙과 어두운 계통으로 입고 와이셔츠는 세탁소에 맡겨버리건만. 이 똥 묻은 애기옷은 어쩔 수가 없다. 손빨래가 아니면 안 된다.
욕실 의자에 쪼그려 앉아 세제를 푼 물에 문제의 애기 옷을 헹군다. 힘껏 애기옷을 움켜쥐고 비틀 때마다 배어 나오는 문제의 노란물. 대야를 엎어 물을 버리고 다시 새 물을 받아 이 과정을 반복한다. 아니, 왜 황금물이 계속 나오는 거야. 그러니, 적당히 하다 그만둬야 한다.
이제 박박 비빌차례. 똥에 직격탄을 맞은 부분을 샛노랗게 염색이 되어 있다. 집중공략해야 한다. 하얀 거품 때문에 많이 지워진 듯하나 헹구고 나면 여전히 남아 있는 황금색 흔적. 내게 남은 인내심을 박박 끌어모은다. 다시 빨래비누를 묻혀서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욕실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현타가 올 때 즈음, 부모님을 떠올린다. 아,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숱하게 내 똥 묻은 애기옷을 빠셨겠구나. 헹궈도 헹궈도 계속 배어 나오는 노란물을 수없이 보셨을 것이며, 문지르고 문질러도 쉽게 지지 않는 이 노란 얼룩을 숱하게 마주하셨겠구나. 그리하여 이 지난한 손빨래가 고되면 고될수록 나는 내 부모님의 사랑과 수고를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말없이 욕실에 앉아 폭탄 맞은 빨래를 마주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노란 얼룩을 지우며, 부모님을 떠올린다. 빨래에서 배어 나오는 물의 황금색 채도가 점점 옅어질수록, 더욱 짙고 선명하게 생각나는 부모님의 얼굴. 똥 묻은 애기옷을 빨며 나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조금 더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