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막으실 때가 있어
아이의 밤중 수유를 끊으며
하이야, 어제 밤새 동생이 우는 바람에 너도 잠을 잘 못 잤지? 엄마는 우는 하임이를 달래다 달래다 안 돼서 결국 아빠에게 넘겼고, 아빠는 그런 하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단다.
지금 하임이는 밤중 수유를 끊는 중이야. 이제 하임이는 이빨이 나기도 했고, 밤에 계속 모유를 먹으면 깊게 못 자기 때문에, 이 시기엔 꼭 밤중 수유를 끊어야 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하임이가 울어도 너무 서럽게 우네. 그래, 분명 너도 이렇게 울던 때가 있었지. 오랜만이야. 머릿속까지 쨍하고 울리는 자지러지는 울음소리. 아가들만이 낼 수 있는 날카롭고 서러운 울음소리.
하임이는 모를 거야. 왜 엄마가 모유를 안 주는지 왜 보채고 보채도 엄마가 단호하게 막는지. 지금의 하임이는 모를 거야. 아마 하이 네 나이 정도 돼야 알겠지.
하임이를 안고 아파트 입구로 나와 놀이터 앞을 서성이니 하임이의 울음이 그쳤어. 다행이야. 밤공기를 쐬니 조금 진정이 돼나 봐. 에구, 얼굴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구나. 손수건으로 울음의 흔적을 닦아주고, 천천히 놀이터 주변을 걸었어. 이때 네가 '푸근이'라고 부르는 얼룩무늬 고양이도 놀이터로 나와 밤산책을 하더라. 반갑더구나.
잠시 동안의 평화. 좀 더 지속되면 좋았겠건만. 하임이가 다시 엄마를 찾으며 아빠 품을 벗어나려고 하네. 역시 쉽지 않구나. 다시 또 얼굴이 울상이 되어가고 있어. 안 돼, 하임아. 이제 자야지? 울만큼 울었잖니? 엄마와 아빠에게 이 밤, 잠을 허락해 주렴. 울지 마. 안 돼.
그렇지만 아빠와 엄마는 마음을 굳게 먹었지. 하임의 밤중 수유를 끊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하임이의 수면 습관이 잘 들게 하기 위해, 하임이의 성장 호르몬이 밤에 자는 동안 쑥쑥 나오게 하기 위해, 하임이의 충치를 막기 위해, 아무리 울고 보채도 아빠와 엄마는 단호하게 밤중 수유를 막을 수밖에 없어.
하나님도 이렇게 하실 때가 있어. 분명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당연하게 뭔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으실 때가 있단다. 그러면 우리는 당황하고, 슬프고, 화가 나지. 하임이처럼. 눈물도 나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기도 해.
그렇지만 기억하자. 하나님은 '선하신 하나님'이고, 우리를 어떤 상황에서든 선으로 이끄시기 위해 애쓰시는 분임을. 때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도, 우리는 '선하신 하나님'을 끝까지 붙드는 신뢰와 인내가 필요하단다. 지금의 하이가 왜 동생 하임이에게 수유를 하면 안 되는지 이해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나중에 분명 깨닫게 해 주실 거야.
살다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여러 가지 일어난단다. 그렇지만 요즘 하임이의 밤중 수유를 끊기 위해 달래고, 한 밤 중 놀이터를 서성이면서 아빠는 우리의 진짜 아빠인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는 것 같아.
"하임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다 이유가 있단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 그래, 하나님도 이러시겠구나."
하나님이 막으실 때가 있지만, 그건 분명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 우리 꼭 기억하자. 물론 슬프고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하나님은 '선하신 하나님'이시니까. 우리 선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 한 줄기만은 꼭 붙잡고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