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야,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가네. 어제는 아빠가 운전을 하는데 도로 위에 떨어진 은행잎과 플라타너스 잎들이 신나게 춤을 추듯 흩날리더라.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이 풍경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듯 마음의 셔터를 꾹 누르고 있었어.
가을의 햇빛은 고흐란 화가의 황금빛 노란색을 닮아 있는 것 같지 않니? 이렇게 햇빛이 유난히 따스하고 맑은 하늘의 가을날, 아빠가 종종 꺼내드는 노래 중에 <가을 시선>이라는 노래가 있어.
이제는 모두 돌아가
제 자리에 앉는다
불타는 열정에
가리어졌던 고운 얼굴들이
미소를 보내는 시간
드높은 하늘
모든 것 이해하며 감싸 안아주는
투명한 가을날 오후
모든 것 이해하며 감싸 안아주는
투명한 가을날 오후
노래 가사 중에 아빠가 참 좋아하는 부분이야. 이 가사처럼 가을의 햇살은 뭐랄까 다른 때보다 마음에 찬찬한 여유를 주고, 왠지 모를 푸근함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의 공간이 조금은 더 넓어져서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나 다른 것들을 좀 더 포용하게 된다고 할까?
교회에서는 가을에 감사주일이 있어서 특히 '감사함'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 올해는 다같이 '감사노트' 쓰기를 하고 있지. 다른 건 아니고 하루 3가지씩 감사한 것들을 적는 간단한 미션인데, 하면 할수록 참 괜찮은 것 같아.
조던 피터슨이란 작가는 '오늘이 정말 최악의 하루인 것 같아도 감사할 순간은 반드시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 감사노트를 며칠 써보니까 작은 거라도 감사한 일은 찾으면 찾을수록 더 나오더라.
성경에는 하나님의 영을 받은 사람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된다는 말씀이 있어. 우리가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 하나님이라고 부를 때, 이건 단순한 고백이 아니야. 하나님의 영을 받은 사람만 하나님이 정말로 친히 나의 아버지가 되어주셨고, 나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믿을 수 있어.
또 내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할 때 드러나는 중요한 표시가 있는데, 바로 감사하는 태도야. 우리가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즐거운 일도 있고 실망스런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고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낄 때도 있잖아.
내가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고, 만족감을 느낄 때 감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 그렇지만 어떤 결과가 좋지 않거나, 마음이 어렵고 힘든 일이 일어나면 감사하기가 쉽지 않지.
그렇지만 우리는 하나님을 나의 진짜 아버지로 믿고 있잖아. 아빠도 너에게 필요한 거라면 적당한 때에 너에게 사주고 싶고, 너에게 의미 있고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하게 하고 싶은데 하나님 아버지는 오죽할까?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건,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걸 뜻하기도 해. 그리고 아빠가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해보니까, 감사하는 마음이 몸에 밴 사람은 주변 분위기를 밝게 하더라. 유머가 있고 같이 있으면 편안하더라구.
하이야, 불평할 거리를 찾으면 끝도 없고 마찬가지로 감사한 것들을 찾아도 끝도 없다면 너는 어떤 걸 선택할래? 당연히 감사한 것 찾기 아닐까?
같이 있으면 마음에 온기가 돌아 따스해지고, 물을 준 화분처럼 마음에 생기가 돌게 하는 사람은 바로 감사하는 사람이더라.
감사하는 사람은 가을 햇살을 닮았다는 생각을 또 해. 다 이해할 순 없어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모든 일을 잔잔히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람. 가을 햇살처럼 너그럽고 따뜻한 황금빛으로 마음의 온도를 지킬 줄 아는 사람.
오늘,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가을 햇살이 건물들과 나무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스히 비춰주고 있네. 오늘은 어떤 감사한 일들이 있을까? 일단 아빠는 이 좋은 날, 밖에 나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 자체가 감사하네. 참, 너도 매주 수요일에는 학교에서 특별히 맛있는 메뉴가 나온다고 했지?
이따가 집에서 만나면 오늘 점심 때 뭘 먹었는지 얘기해 보자. 점심 맛있게 먹으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