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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Oct 30. 2024

하나님이 너를 친히 돌보셔



하이야, 엊그제는 맑은 가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책을 나갔어. 투명하고 따사롭게 비치는 햇살에 천변가의 물들이 반짝이고, 살며시 부는 바람에 꽃과 풀들이 일렁이더라. '아, 올해 가을은 오늘로 다 됐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이었어.



벤치에 앉아 찬찬히 가을날을 즐기고 있는데 이름 모를 들풀이 눈에 들어오는 거 있지? 갈대와 비슷한 것 같은데 갈대는 아닌 것 같고, 그런데 가을에 많이 봤던 것 같은 그런 풀이었어.



들풀을 계속 보다 보니 '하나님이 들판에 자라난 이 이름 모를 풀도 정성껏 돌보시는데 하물며 우리는 어떻겠습니까?'라는 말씀이 생각이 났어. 하나님이 우리를 친히 돌보신다는 거야.



얼마 전에 하이 네가 한 달 정도 키우던 베타라는 하얀 물고기가 죽은 일이 있었지. 그때 네가 너무 슬프기도 하고 또 죽은 베타를 보는 게 무서워서 도저히 물고기를 꺼낼 수 없으니 대신 꺼내서 묻어달라고 하던 말이 떠오르는구나. 아빠도 안 그런 척했지만 죽은 베타를 수조 속에서 꺼내는 게 마음이 많이 어렵더라. 솔직히 좀 무섭기도 했고.



너는 자책하면서 먹이를 오랫동안 못줘서 베타가 죽은 것 같다고 얘기했지. 한 생명을 돌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란 걸 네가 깨달았을 것 같아.



이제 돌이 되어가는 동생 하임이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할 거야. 엄마와 아빠가 기저귀도 갈아주고, 엉덩이도 씻기고, 혹시 하임이가 이상한 걸 주어먹나 주의 깊게 살피기도 해야 하고, 맘마도 제때제때 먹여야 하고, 칭얼대면 잘 달래주기도 해야 하고. 돌봐야 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



하나님도 마찬가지이실 거야. 하나님은 오히려 더 하시겠지.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아빠 같은 어른들도 여전히 하나님의 돌봄이 필요하고, 여전히 하나님의 돌봄 아래 있으니까.



'하나님이 우리를 돌보신다.' 생각해보면 이 단순한 사실이 얼마나 우리에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지 몰라. 사람인 엄마와 아빠는 너를 돌보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어. 네가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그걸 느끼겠지.



그렇지만 언제 어디서나 계시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우리를 헤아리시고, 멀리 보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친히 돌보신다니. 생각할수록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지.



하지만 때로는 '하나님이 날 내팽개치신 게 아닐까.' '하나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고 생각될 때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래도 잊지 말자. 하나님이 때로 침묵하시는 것 같고, 저만치 떨어져 계시는 때라도, 분명 나는 하나님의 돌봄 아래 있다는 걸 말야. 하나님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이 생각하시는 분이고, 내가 보는 것보다 더 멀리 보시는 분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은 내가 그분의 선하신 뜻 안에서 성장하고 성숙하길 원하는 분이셔. 그러기 위해선 때론 훈련이 필요하고, 고독한 시간도 필요하고, 신앙의 근육을 키우는 시간도 필요하지.



아빠가 작년 이맘때쯤에 PT를 받아봤잖니? 나도 가끔 아빠 따라와서 아빠가 PT선생님이랑 운동하는 걸 봤지? 그때 아빠가 잔근육도 생기고 몸 컨디션이 참 좋았었는데 말야.



PT선생님이 아빠에게 근육이 생기려면 못할 것 같을 때 하나 더 해야 한다고 얘기했었잖아. 그러면서 아빠가 간신히 하나 혹은 두 개 더 하면 '나이스~'라고 해줬던 걸 너도 기억할 거야.



아빠 생각엔 하나님이 우리의 최고의 PT 선생님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우리 신앙의 근육을 키워내시기 위해 힘들지만 하나만 더! 외치시고 응원하시고 격려하실 때가 많을 거야.



이 가을날, 천변 공원에, 또 지나가는 길가에 핀 다양한 들풀을 보며 떠올리자. 하나님께서 나를 친히 돌보고 계시다는 걸. 아빠는 네가 계속 하나님의 돌보심을 기억하면서 네 마음이 여기서 안정감과 평안함을 얻었으면 해.



학교에 가면서 오는 길에 잠시 여유를 갖고 노란 금계국과 국화를 구경하며 가렴. 또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작은 들꽃들도. 모두가 하나님의 돌봄 아래 있는 것처럼 너도 그래 하이야. 그러니 크고 작은 걱정에 너무 마음이 무거워지지 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려 보자. 랄라랄라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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