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아빠가 요즘 자주 생각하고, 또 좋아하는 말이야. 서사는 사건이 펼쳐진다는 뜻인데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지.
우리 집엔 TV가 없기도 하고, 아빠가 드라마나 어떤 프로를 잘 보지는 않잖아. 그렇지만 아빠가 이 프로그램만큼은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챙겨서 본 게 있어. 바로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야.
아빠도 곰곰이 생각해 봤지. 내가 왜 <싱어게인>을 이렇게 재미있게 봤을까. 시즌1부터 시즌3까지 합하면 거의 40부작이나 되는데 뭐 때문에 빠짐없이 몰입하며 봤을까.
아빠는 그게 이 프로그램이 출연하는 무명 가수들의 서사를 꼼꼼히 잘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 처음에 자기소개를 할 때도 '나는 OOO한 가수다'라고 본인을 소개하게 해.
여기서 누구는 '나는 배 아픈 가수다'라고 하기도 하고, 누구는 '나는 유통기한을 알고 싶은 가수다'라고 표현했는데, 이 짧은 한 문장을 통해서도 그 가수가 가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거지.
어떤 가수가 한 곡 한 곡 선보이는 노래들도 마찬가지야. 물론 노래 자체도 실력 있게 잘 불러야 하겠지만, 어떤 노래를 고른 이유, 이야기가 설득력 있고 매력적일 때 아빠는 더 진한 감동을 받더라구.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내가 겪은 사건과 경험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이것들을 이야기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자기만의 서사를 갖는다는 거야.
아빠는 하이 네가 일기 쓰는 걸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고, 때로는 즐기기도 하는 모습이 좋더라. 일기를 쓴다는 건 단순히 그날 있었던 일을 쓰는 게 아니잖아. 나한테 특별히 재밌었고, 의미 있었던 일을 쓰고, 나의 느낀 점을 쓰는 거니까. 그래서 일기를 쓰거나 기록을 하는 건 자기만의 서사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줘.
아빠가 예전에 교회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하나님은 제게 별자리를 만들어 주시는 분 인 것 같아요. 돌아보니까 하나님은 제게 일어난 사건들 하나하나를 통해서 별자리처럼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시더라구요."
지금도 돌아보면 그래. 당시에는 의미 없던 일인 것 같고, 우연히 일어난 일인 것 같았지만 아빠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 어떤 흐름이 있는 것 같더라구. 아빠는 그게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이라고 믿어. 당시에는 몰랐는데, 돌아보니까 그때 잘 안되었던 일이, 실패했던 경험들이 나중에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되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전환점이 되었더라고.
그래서 아빠는 하이 너도 하나님이 네게 겪게 하신 여러 이야기들을 잘 연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일주일에 2-3번씩 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네가 겪었던 일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큰 도움이 될 거야.
또 무엇보다, 자기만의 서사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일에 쉽게 절망하고 좌절하지 않아. 그 또한 긴 서사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는 걸 아니까. 그런 시기조차 별자리를 잇는 하나의 별이 될 걸 아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아. 우리 언제 작년에 했던 글램핑을 다시 하면서 별구경을 다시 한번 꼭 하자. 북두칠성도 찾고, 카시오페아도 찾고. 우리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오래 올려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