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시간은 손으로 움켜쥔 고운 모래와 같달까. 아무리 움켜쥐고 붙잡고 있어도 스르륵 빠져나가는.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달력을 가만 보고 있노라니 시간 구분이 참 명료하다.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날. 16시간 즈음 후면 새해, 2025년. 이토록 분명한 간단한 한 해의 구분.
그러나, 이런 간명한 구분이 필요하긴 하니까. '여기까지가 끝이고, 이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입니다'라고 해줘야,세상의 많은 것들이 돌아가니까.
이러한 구분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님을 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는 거대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그 궤적의 거리는 1억 4960만 킬로미터. 가늠이 잘 되지 않는 드넓은 이 거리를 약 365일에 걸쳐 한 바퀴 완주를 한다고 하니. 우주의 이런 무한한 광활함과 규칙성을 떠올리면 창조의 신비에 경외감이 든다.
다시 달력을 본다. 올 한 해 다양한 기억들이 마음속을 스쳐가는데, 숫자 몇 개로 한 해가 끝이라고 말하는 달력. 이 위화감과 싱숭생숭. 서운함과 작은 슬픔. 아스라한 회한과 추억의 감정들을 그래도 비빔밥처럼 잘 비벼보기 위해 노영심의 <크리스마스에는 창밖을 보세요>를 찾아 듣는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 곡은 갖가지 감정들을 잘 버무리고 섞는 한 숟갈의 참기름 같다고나 할까.
한 해 동안 각자의 삶의 자리를 지키고 견딘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곡. 언젠가 한 번은 직접 피아노로 연주해보고 싶은 곡. 지금껏 크고 작은 무수한 은혜 덕분에 내가 존재함을 고백하게 하는 곡.
연말, 그리고 새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마음속에 잠시나마 평안함과 감사함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