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_ 한로로 / 대차게 추운 날들 한가운데에서

by 김이안


요새 왜 이리 추운가 했더니 절기상 '대한'이구나. 대차게 춥다는 대한. 그러니 추운 게 당연하지. 그러나 이맘때, 아주 오랜만에, 한 소절을 듣는 순간 일시정지 되어버린 노래가 있으니. 바로 한로로의 <입춘>.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바삐 오가던 바람

여유 생겨 말하네요

내가 기다린다는 봄

왔으니 이번엔

놓지 말라고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입춘> _ 한로로

작사, 작곡 : 한로로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아티스트 한로로는 여러모로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던 기간, 밤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작은 꽃을 보며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저 꽃도 저렇게 피어나는데, 나라고 안될 것 없겠다'라는 그런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엊그제 이십 대 중반의 한 동생과 얘기를 나누었던 게 기억난다. 대학교를 자퇴하고 지금 군복무를 하는 그 동생은 자기가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이십대를 허무하게 흘려보낸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 최근 체육교육과에 가기 위해 수능 공부를 다시 시작했지만, 결과에 대한 불안함,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잘 안 잡힌다고 털어놓았다.


순간, 대학교 한 학기를 다니다 반수를 하고, 이십대 후반에 교대에 가겠다고 한 번 더 수능공부를 했던, 그런 나의 지난날들이 오버랩되는 게 아닌가. 진로에 대한 막막함과 나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 자주 엄습했던 나의 이십대 시절. 그때가 떠올라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 동생을 바라봤다.


그러나 사람마다 각자 자기만의 꽃을 피우고 기지개를 켜는 그런 시기가 있는 법. 흔하디 흔한, 상투적인 말로 위로해줬다. 아직 결코 늦은 게 아니라고.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안감은 정상적인 거고, 노력을 해도 기대한 결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게 쓰라리지만 그게 삶의 기본값이라고 얘기해줬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부딪쳐 봐야 한다는 말도 함께. 다만 내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마음에 가닿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가사 중 추위를 뚫고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 인사를 건네달라는 이 부분에서 이상하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절묘하게 융합돼서. 그리고 곡을 쓴 계기 대로, 화자의 의지가 느껴진다. 춥고 시리지만 고개를 내밀어 '나'를 피워보겠다고.


절기를 다시 보니 가장 춥다는 '대한'의 절기 다음이 바로 '입춘'이다. 그렇다면 날씨와 계절상 이 곡을 가장 감정이입하며 몸으로 체감하며 들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때가 아닌가. 영하 11도를 웃도는, 짙은 추위의 한 가운데다 하필 월요일. 이 노래를 추천합니다. 이제 다음 주면 올 '입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로로의 <입춘>을.



https://youtu.be/VPCDYPtw9uI?si=jri7wmYEQk3OwTW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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