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맛있게 먹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와.

무심코 내뱉은 말에 내포된 진심

by 로지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는 날이 생겼다. '생겼다'라고 쓰고 보니 많이 우습다. 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했던 지난 시간과 비교해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걸 '학교에 간다'라고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고르고 고른 말이 '생겼다'다. 웃픈 현실이다.


가족과 나누는 아침 인사말은 무엇인가요?

"조심히 다녀와." "잘 다녀와." "차 조심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혹은 "안녕." 등이 있으려나? 신랑에게는 주로 "조심히 잘 다녀와요."라고 하는 편이고, 아이들에게는 "재밌게 놀다 와."라고 말한다. 물론 아이마다 조금 다르기도 하다. 아직 말문이 터지지 않은 막내는 "빠빠이~". 헤어짐이 많이 아쉬운 둘째는 "재밌게 놀다 와. 이따 만나." 이제 학교에 가기 시작한 첫째는 "점심 맛있게 먹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와."라고 한다.


아이를 보내고 돌아서는 길에 각 가정마다 나누는 인사말이 비슷한 듯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이목이 끌렸던 인사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와."이다. 아이와 나누는 당부를 담은 인사 속에 담긴 속마음 또한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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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가 점심을 맛있게 잘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 유독 입이 짧고 까다롭다 보니 집에서도 가리는 반찬이 많고 툭하면 안 먹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거 하나만 먹으면 안 돼? 이거는 그만 먹으면 안 돼?" 하다 보니 조율이 어려운 학교 급식에 혹시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의식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인사말에 점심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부디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오길.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즐거운 기억보다는 아프고 꺼내기 힘든 기억이 더욱 많다.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에 학교란 마냥 좋았던 곳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나와 같은 아픈 기억을 학교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부부 모두 아이의 학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교우관계다. 부디 학교가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면서 사람 간의 관계를 배우는 곳이 되어주길. 그 간절함이 인사에 녹아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첫째, 둘째, 막내 상관없이 어디서건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고 오길 바라는 마음에 한결같이 "재밌게 놀다 와."라고 하게 된다. 함부로 장담할 순 없겠지만 "공부 열심히 하고 와."는 별로 하지 않을 것 같다.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거니까. 살아가는데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에는 공부 말고도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 나는 아이가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배우고 익히길 바란다.


어쩌면 아이가 어려서, 즐겁게 노는 것이 전부일 수 있는 나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만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같은 나이지만 어느 아이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라는 당부를 들으며 등교를 하고, 어떤 아이는 "공부 열심히 하고 와." 하는 당부를 들으며 등교를 한다. 무심코 내뱉는 말에 부모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인사말에 담긴 속뜻을 의식을 했으니 조금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꿔볼까?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공부를 잘하는 건 살아가는 데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확률이 높을 수 있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 역시 학교 생활이 순탄해지는 길일 수 있다. 잠시 숙고를 했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한 우선순위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동안도 아이의 행복한 삶이 우선이었고,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자라 나보다 키가 커졌을 때도 "재밌게 놀다 와." 할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언제나 바뀌는 내가 문제지 아이들은 문제가 아니니까. 오늘은 조금 더 액션을 크게 해서 아이들과 만나야겠다. "재밌게 놀았어?" "응!!!!!"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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