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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란희 Oct 23. 2022

자신과 얼마나 대화하시나요?

삶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자신과 대화한다는 발상 자체를 해보지 않았거든요. 그냥 생각한다 정도였지 나 자신과 대화를 한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전에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기도를 했습니다. 저의 기도는 하나님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기와 대화’라는 단어 자체가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나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살아왔구나. 그냥 흘러가는 강물처럼 사회가 정해놓은 스케줄대로 따라가며 살았구나.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구나.’ 어떻게 자신에 대해 이렇게 무지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자신과 대화를 통해 질문을 합니다.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해야겠지요. 그 과정에서 생각을 합니다. 내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생각합니다.          


 

지금은 제 자신이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언제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 시간이 즐겁기까지 합니다. 제가 원하는 답은 결국 제 안에서 나오게 됩니다. 굳이 다른 사람을 붙잡고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애걸복걸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과 대화를 수시로 합니다. 


하나의 문제가 있으면 낚시 바늘에 질문을 걸어두고 툭하고 생각의 바다에 던져 놓습니다. 낚싯대를 살살 흔들어주면서 해답이 걸리기를 기다립니다.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이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헤엄치다가 질문을 덥석 뭅니다. 이때가 싶으면 달아나지 않게 확 당겨서 슬슬 감아올리면 됩니다. 막상 올라온 해답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언제라도 다시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으니 마음껏 던져 놓습니다.     



제 곁에 필요한 사람을 수시로 소환합니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을 때 답답했습니다. 책만 보면 눈이 감기고 좀이 쑤셨습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책에는 본 것은 모두 새로운 내용뿐이었습니다. 당연히 속도는 느리고 잠은 쏟아지고 치열하게 읽겠다는 마음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 주저앉았습니다. 감동의 눈물이 아닌 하품으로 눈에 물이 살짝 고였습니다. 그동안 머리를 너무 안 써서 책을 못 읽는 것은 아닌지 통통 두드려 보기도 했습니다. 이럴 때면 저는 제가 되고 싶은 엄마를 불러옵니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하듯이 저에게 말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하면 할수록 늘게 되어 있단다. 뇌의 신경가소성 알지? 네가 아이들만 해당하는 줄 알고 조바심 내며 책이고 교구고 사들였잖아. 어른의 뇌도 쓰면 쓸수록 쓰는 방향으로 발달하게 되어 있어. 그러니 계속해보렴. 당장은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지도 몰라. 한참을 가고 나서 뒤돌아보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멀리 와 있을 거야. 그때가 되어야 성장해 있는 너를 발견할 수 있어.’     



제가 듣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줍니다. 


‘지금 잘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봤자 답이 안 나온다. 어제의 너랑 비교해봐. 어때 그래도 한걸음 나아졌지?’ 


‘야야, 정신 차려야지. 지금 이 정도 해서 뭐가 됐겠어. 문제가 뭔지 찾아봐. 잘못된 방법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라고.’ 


당근을 주기도 하고 채찍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계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때론 책 읽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내가 어떤 성과를 낼지 알 수 없는 마음이 들 때면 미래의 나를 만납니다. 70세가 된 내가 말합니다.    

  

‘네가 30대 후반에 책 읽고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다짐하고 실천했을 때 얼마나 기특했는지 몰라. 만약에 그때 너무 늦었다고 어떤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네가 멈추지 않고 계속 자신을 발전시켜 나간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어. 네가 늘 가슴에 품어온 상상한 그대로 말이야.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니깐 생각이 늙지 않아. 그리고 너에게 고마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부해줘서.’     


그렇게 공부하고 싶으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보라는 남편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라고 물었을 때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만약에 공인중개가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저는 다시 방황하며 ‘무엇을 해야 내 삶이 더 나아지고 행복할까’를 계속 고민했을 것입니다. 자격증 시험에 집중하지 못해서 합격하지 못했을 확률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없으면 삶이 항상 남의 옷을 빌려 있는 것처럼 느꼈을 거 같거든요.   


             

자신과 대화한다는 것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내 마음인데 나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진짜 내 마음이 아닐 때 이런 마음이 듭니다. 내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고요함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는 없습니다. 누구와 연결되지 않는 상태일 때 오로지 자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초연결 시대에 살아가면서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검색어를 치면 알게 됩니다. 유명인일수록 더 연결되기 쉽습니다. SNS을 하고 있다면 댓글로 말을 건넬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톡 단톡방은 수시로 ‘카톡, 카톡’을 외치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외부에 연결될 사람이 많을수록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스마트 폰의 알림은 무음으로 해놓습니다.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일부러 약속 잡아야 할 정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 몽테뉴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오늘 하루 스케줄에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미리 정해둡니다.      



새벽시간에 제 자신과 가장 많은 대화를 합니다. 


바깥세상 소음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의 기분 좋은 마음의 상태를 오로지 소유하고 그 시간을 삽니다. 충분한 수면 뒤에 에너지 100% 충전되어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 나를 가장 먼저 만납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그 중요한 일을 합니다.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는 일, 매일 해야 하는 일은 새벽 이후 시간에 합니다. 새벽의 고요함을 즐기며 내면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엄마의 혼자만의 시간은 더욱 필요합니다. 어떤 책임과 의무, 돌봄으로부터 해방된 시간. 오로지 나만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은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충전의 시간입니다. 


삶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입니다.      



“인류의 모든 문제는 홀로 방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파스칼의 말을 저의 상황으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내가 가진 문제는 홀로 방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고민거리를 들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로 풀어내면 개운한 듯 하지만 근본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홀로 있으면서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가지고 있는 문제를 드러낼 때, 그때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시작은 문제 인식부터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기 위해서는 나와 대면하기부터 해야 합니다. 자신과 대화로 나를 알아갈 때 삶의 문제들은 조금 더 나답게 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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