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원격 소통 채널이 너무 다양하고 효율적이다. 전화는 물론이고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손가락만 부지런하면 적시에 수많은 정보 교환과 공유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나는 온라인 소통 채널보다 오프라인 소통 성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졌다.
우리는 집중 업무 시간 외에 점심을 먹을 때, 공식적인 만남에서, 또는 잡담하는 시간에 수도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나는 주변에서 특색 있는 성향들을 관찰하게 되어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먼저, A 타입은 말하기 지분이 강한 사람이다.
본인이 모든 좌중에서 50% 이상의 소통 대주주가 되려는 집착이 강하다. 그는 모든 이야기에 중심이 되고 싶어 하고 모든 이야기를 ‘자기화’한다.
보스형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황하게 스토리텔링을 하는 편이고 여러 사람과 공감되는 말을 시도해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예리한 비유법, 반전 있는 결말 등의 화법 스킬이 있어 좌중을 집중시키는 재주가 남다르다.
그렇다고 수다꾼 같은 가벼움은 없다.
또한 남의 이야기를 잘 듣기는 하지만, 자기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시키는 경향이 많아 남의 말을 오래 경청하는데 인내력이 없는 편이다.
둘째로, B 타입은 듣기 지분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타입은 눈을 크게 뜨고 항상 좋은 리스폰스를 보여준다. 비록 10% 내외의 지분으로 말할 때에도 간결하고 분석적일 때가 많다. 참모형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정보를 조합하기도 하고, 요약을 하여 말한 자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왜냐하면 들으면서 사고를 하고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과정을 갖는다. 하지만 그런 타입은 너무 자신에 관한 이야기하기를 아낀다. 자신의 경험이 적어서 또는 자신감이 없어서 표현을 적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A 타입 때문에 말할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있어 그럴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C 타입은 화제 던지기나 전환하기에 지분이 강한 사람이다. 한 가지 화제가 진행되고 있을 때 다음 화제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래서 한 화제가 밋밋해져 가면 공통으로 관심 있을 또 다른 화제를 던진다. 진행자(사회자)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 말하기와 리액션을 주고받는 사이에 새로운 이슈를 떠 올리고 호수에 돌을 던지듯이 물결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런 타입은 자기의 목적대로 사람들의 수렴된 의견을 정리하고 논쟁이 생긴다면 그룹핑까지 하게 된다.
소통과 토론의 장을 통해 상반된 주장과 논거를
잘 정리하는 계기로 만든다.
모든 사람을 A, B, C형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내 주변에 3가지의 특색 있는 성향을 어느덧 발견하면서 내 주변 사람을 3가지로 분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소통 스타일뿐 아니라, 소통하는 정보의 질에 대해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모든 정보가 등가물은 아니다.
A급 정보가 있고 B급, C급 정보도 있는 법. 따라서 소통에 소극적인 사람은 자기가 발굴한 정보가 고부가가치 A급이기에 독점을 한다. 또한, 정보를 교환할 시간에 오히려 더 개인적인 탐구 시간에 에너지를 할애한다. 하지만, 정보 탐색에 취약한 사람은 발이 바쁘다.
무언가 궁금한 게 생기면 전화로 물어보거나 전문가 동료를 찾아간다. 정보도 가치가 있는 것은 지인에게 점심이라도 사줘야 받아낼 수 있다.
내 주변의 학구적인 스타일은 연구개발 시간 비중이 많고, 상대적으로 남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적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무료로 쉽게 꺼내놓지를 않는다. 한편, 전문성이 약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친구는 다른 동료들과 협력 프레임을 만들거나 소통 모임을 수시로 주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전문성이 높을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기 프라이버시 영역을 강화하는 반면, 전문성이 낮을수록 단체주의 성향이 강하고 소통의 장을 주재한다.
결국, 소통의 최적화는 상호 정보의 교환 총액이 등가일 경우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소통의 불균형이나 차단, 식상함은 ‘교환정보 총액 부등가의 법칙’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타입의 소통 자일까?
A, B, C 타입을 두부 썰 듯이 확고히 구분할 수는 없겠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3가지 속성이 모두 조금씩 있는 편이다.
하지만, 굳이 말한다면 C형 타입이 짙은 편이고 정보교환은 발이 바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업무적으로 동료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경향도 있지만, 업무 외적인 분야에는 주도적이거나 이벤트를 만드는 편이며 그런 속성은 조직 내에서 인기 상승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가볍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이 주도한 분야에 모두가 잘 수긍하고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무관심 분야는 철저히 배척당하고, 갑작스러운 제안에 대해서는 ‘저 사람 왜 저러지?’라고 의구심부터 갖는 사람도 적잖다.
따라서 업무 외적인 분야에 주도적인 사람은 에너지가 왕성하지만, 쉽게 좌절하고 우울감도 찾아온다.
빛이 센 만큼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감정 기복이 많고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어 이것저것 제안해 보지만 잘 호응을 받지 못하거나 실천되지 않을 때
실망감도 따라온다.
이런 현상은 상대방에 대한 상호 기대 불균형 상황에서 온다. 상대방에게 특별히 기대할 게 없다면 실망이나 좌절도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소통의 불균형이나 차단, 식상함은 ‘상대방에 대한 기대 불균형의 법칙’도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소통 스타일이든 자기만의 세계가 있으니,
자기와 다른 스타일에 대해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일 필요는 없다. 미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소통 정보의 질에 있어서도 각자 평가하는 게 다를 수 있다.
나는 진지한데 상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소통 스타일을 일부 전환해 보라고 권고나 설득은 해 볼 수 있지만, 상대가 완고하더라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왜냐하면 잘 바뀌지 않는다. 그들도 그런 성향이 되기까지 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로 형성된 그들만의 소통 인격인 셈이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 정보를 평가하고 수용하는 태도도 모두들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상대에게 강요보다는 수용하는 관대함을 가지게 된다. 즉 '곱게 늙어간다'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