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에 투고한 글
피터팬 컴플랙스의 여자버전은 무엇일까요? 팅커벨 콤플렉스? 제 생각에는 여자도 유년시절의 로망을 가슴에 품은 채 그대로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저는 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해요. 빈티지원피스와 비즈공예로 만든 팔찌, 그리고 스카이블루 셀프염색에 관한 이야기에요. 잡지 <좋은 생각>에 실린 특집 기사에서 어떤 여성직장인 분이 파랑머리로 염색하시고 해방감을 느꼈다는 글을 읽었어요. 전 그 분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이해가 되었고, 저도 그 파랑머리에 끌렸어요. 그리고 다이어트를 해서 푸른색 머리에 어울릴 만한 호리호리한 몸매를 만들고, 여름이 오면 푸른색 파도가 연상되는 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려는 계획을 세웠답니다. 지금은 오월 초인데 여름이 생각보다 빨리왔어요. 녹음은 짙어지고, 공기는 뜨거워졌죠. 저는 스카이블루 셀프염색약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 그리고 우연히 몇 년전에 들렀던 빈티지 옷가게에서 원피스샾을 연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와!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인터넷으로 구입하려고 했던 핑크색 땡땡이 원피스가 제 체격에 맞지 않아 포기했었던 기억이 났었거든요. 저는 좋게 말하면 글래머이고, 나쁘게 보면 과체중인 여자사람인데요. 하여튼 전 원피스가 좋아요. 활동성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지요.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 신이 났어요. 커다라고 찐-한 플라워 패턴의 과감한 원피스들, 그리고 땡땡이 원피스들. 푸른색 머리를 하고, 빈티지원피스를 입고, 비즈공예 팔찌를 한다면 – 그건 정말 저다운 모습일거에요.
그런데, 문득 머뭇거리게 됬어요. 제 가슴 한 켠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보통 여자의 모습”에 대한 갈망이요. 제가 생각하는 “보통 여자의 모습”이란 잘 다듬어진 눈썹에, 제이에스티나 목걸이를 하고, 단정한 검은색 머리가 어깨까지 온 모습으로 여러 동성친구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그런 모습이에요. 어쩐지 돌연 침울해졌어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보통의 삼십대 여성의 모습과 아주 먼 거리를 갖고 있을까? 난 ... 괴짜일까요? 나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그런 엉터리가 아닐까 싶어서 울적해졌어요. 사람들은 안전한 걸 좋아하잖아요. 예쁨에도 그런 안전한 예쁨들이 환영받지 않을까요? 전 특별한 게 좋지만 무해해요. 해치지 않아요. 그건 정말 자신할 수 있어요. 아무튼, 그런 보통예쁨, 안전한예쁨들이 환영받는 세상에서 저는 왠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였어요. 예를 들면 제 직장동료 S씨가요. 일상의 절반을 함께 하는 S씨는 제 동년배이지만 아들래미가 벌써 여섯 살이래요. S씨가 요번에 산 목걸이는 참 섬세하고 아름다워요. 저도 슬쩍 그런 목걸이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가는 줄에 반짝거리는 소행성같은 보석이 매달려 있는, 여자어른의 목걸이였어요. 직장동료 S씨와는 친구같은 사이이지만, 저와 다른 점이 많다는 것에서 어쩐지 쓸쓸해졌어요.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보통의 삶을 살고 싶은데. 머리를 파도같은 색으로 염색하고, 소녀같은 빈티지 원피스를 입고, 조약돌같은 구슬을 꿴 팔찌를 하고 다니면 ... 그런 보통의 인생과는 점점 더 멀어질까요?
조약돌하니까... 남극에 사는 어떤 펭귄들 중에 수컷들은 가장 반짝거리고 예쁜 조약돌을 암컷에게 선물하며 구애를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맞아요, 저도 어쩌면 제 평범함과, 제 특별함을 동시에 알아주는 남자를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이렇게 우울해하고 있을 일이 아니에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전 언젠가 다시 사랑의 행운을 만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에요. 제 피터팬 콤플렉스, 혹은 팅커벨 콤플렉스는 – 그냥 저의 일부인거에요. 고쳐야 할 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장동료 S씨의 시선보다 중요한 건, 그냥 제가 자연스럽게 저였으면 하는 거에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인생이 있는데요. 그래서... 전 결심했답니다. 주문한 염색약으로 머리를 파랗게 염색하고,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빈티지 원피스를 입고, 알록달록한 비즈 팔찌를 하고, 째지게 웃는 사진을 찍을거에요. 짠, 나봐라! 예쁘지? 하는 느낌으로다가. 내 인생에서 가장 여름다운 여름을 보내기 위한 준비에요! 전 제가 영원한 여름이라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