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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Sep 26. 2023

입과 말

존재감도 없던 창문 하나가 덜컥 열리다.

호흡수련(Breathwork)은 의식적인 호흡 조절이 치료 효과와 함께 사람의 정신적, 감정적 또는 신체적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다양한 호흡운동에 대한 용어입니다. 호흡수련은 명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휴식과 스트레스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붓의 한 요가원에서 Breathwork(이하 "호흡수련")라는 액티비티에 참여했다. 수업을 진행할 선생님은 어딘가 올곧고 명료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호흡수련에 대한 설명으로 수업을 열었다.


1.
우리의 내면에는 수천 개의 창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창문들을 모두 알지 못해요. 어떤 창문들은 닫혀있는지조차, 그게 우리 안에 있는지도 느끼지 못하죠. 오늘 호흡수련을 통해 알아차리지 못했던 창문이 활성화되고 열릴지도 모릅니다.


2.
코로 마시고 내쉬는 호흡은 우리의 정신을 차분하게 만들지만, 입을 통한 호흡은 정신을 각성시킵니다.

호흡수련은 마치 아마존강을 래프팅 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는 오늘 각자의 아마존을 탐험할 예정인데, 보트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에요.

수련 중 더 내면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입으로 호흡을 깊고 빠르게 하고, 너무 멀리 왔다면 정신이 나가기 전에 깊고 천천히 코로 숨을 쉬세요.


3.
호흡수련 중 몸에 어느 부위에 새로운 감각이 느껴질지도 몰라요. - 조여오거나, 마비되거나, 무겁거나, 긴장되거나. 그럴 때에는 손과 팔을 이용해 주무르거나, 쓰러 주거나, 눌러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세요.
저는 여러분이 안전하게 호흡수련을 할 수 있도록 근처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입니다.


호흡수련을 하다가 의식을 잃거나, 정말 귀신에 빙의된 것처럼 날뛰고 소리치거나,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막상 호흡수련을 하려고 요가원에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선생님의 안내를 듣는데, 나의 정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거 아니야?

괜히 시간이랑 돈만 날리는 거 아니야?'


고작 가만히 앉아 입으로 코로 하는 호흡으로 급진적인 효과를 본다는 개념에 선뜻 마음이 열리지 않은 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씁, 하- 씁, 하-" 입으로 의도적인 호흡을 시작하며 수업에 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시험에서 60점을 맞았다. 매일 놀고먹고 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가장 낮은 점수는 지금까지 딱 한 번, 75점이었는데. 매 번처럼 시험지 오른쪽상단에 부모님 사인을 받아와야 하는데, 이 점수는 분명 혼날 점수라는 걸 직감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방문을 닫고 작업을 시작했다. 엄마의 싸인을 여러 번 연습하고, 연필로 초안을 뜨고 펜으로 덧그려 모조품을 완성했다. 완전범죄를 위해 연필로 뜬 초안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을 때, 엄마는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차… 들켜버렸네.


결국 나는 인생 처음으로 학원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게 됐다. 처음 가보는 학원, 사실 나는 좋았다. 1-2년 전부터 다른 친구들은 이미 한 두 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던 터라, 내심 궁금했던 학원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학원 교실에는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있었다. 선생님은 이런저런 질문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며 이런저런 발표를 했던 것 같다.


호흡수련 중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엄마는 방에 나를 따로 불러 내 팔을 붙잡고 보챘다. "학원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두 명의 선생님이 전화가 와서는 네가 약간 모자란 애 같다더라."


중학생이 되었다. 하루는 청소담당이라 짝꿍과 분리수거할 쓰레기를 가지고 학교 뒤뜰로 갔다.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우리를 도와주었고, 모르는 선생님이었지만 나는 선생님께 재잘재잘 무슨 이야기를 신나게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말했다. “너도 모자란 아이구나?”


머릿속에 대략적인 이미지는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내가 한 과 내가 들은 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치 종이에 구멍이 뚫린 듯 내가 의도적으로 그 상황을 삭제한 듯이.




나는 그 이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성적을 올리며 학교에서 예쁨 받고 친구들이 우러러보는 학생이 되었다. 첫인상으로 쉽게 사람을 판단하던 사람들에게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이”로 첫인상을 덮으려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그때 받았던 상처까지 덮어버린 것인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순간이 뜬금없이 호흡수련 중 튀어나온 것이다.


가만히 그 상황을 바라보자니 머리가 쨍하게 아팠고, 가슴이 쿵쾅거렸고, 입가가 조여 오는듯한 긴장이 느껴졌다. 다급하게 양손을 입으로 가져가 손가락으로 입 주변을 꾹꾹 주물렀다.




나는 요즘 새로운 을 한다. 발리에서는 영어를,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어를.

한국어만큼 자유롭게 표현을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로 을 할 때, 나의 내면아이는 두려웠던 것이다.


내가 중간에 말을 더듬어서
예전처럼 누군가 나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 어떡하지?

그런 평가가 두려워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도 공부를 하고 지식을 머리에 넣는다. 내 모든 통제기관은 머리에 있는 것 같다. 내 가슴은 언제나 머리에게 묻는다. “이거 해도 돼?” 머리에서 통과시키면 으로 나가고, 통과되지 못하면 삼키고 마는 통제시스템.


호흡수련 중 바라본 나는 머리는 과부하되어 있고, 가슴은 자유를 원했고, 하고 싶어 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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