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S는 매달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날 함께 명상을 한다. 우리가 처음 발리에서 마주친 날도 보름달이 뜬 날이었다. 우붓의 한 요가원의 Full moon ceremony에 참석했을 때,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된 게 인연의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 그때의 우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기적을 생생히 느끼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2024년 1월의 보름달이 뜨는 날, 아침에 S의 가장 친한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인 만큼 여러 번 같이 만나기도 하고, 셋이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게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이런 소식을 듣다니... 믿고 싶지 않았고, '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그녀의 삶의 전환점이 되기를'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죽음의 그림자를 예쁜 포장지로 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라는 자명한 사실.
그것이 코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끼며 어느 때의 보름달이 뜬 날처럼 함께 앉아 명상을 했다. 우리의 명상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각자 하나씩 하고 싶은 명상을 제안하고, 제안한 사람이 약 10분 동안 안내하며 명상을 이어간다. 그렇게 서로의 제안을 주고받으며 5-6개의 명상을 하면 한 시간짜리 우리만의 의식이 완성된다.
명상의 중반부쯤, 나는 어쩐지 그의 눈을 바라보고 싶었다. 눈을 뜨고 진행하는 명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냥 그 순간을 내 눈에 담고 싶다는 이끌림에 S에게 눈맞춤명상을 제안했다. 고요한 주변을 배경 삼아 잔잔한 미소를 띤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무언가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보고 있는데도 그리운 이 마음은 뭐지?
너무 강렬하고 몽환적인 그 마음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게 진짜 내 삶일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쩌면 이미 별이 된 내가, 지난 내 삶 속에서 이 순간을 너무나도 그리워해 하늘이 허락해 준 과거로의 여행이 아닐까? 지난 삶의 한 자락을 엿보고 올 기회가 주어진 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눈을 한참 바라보다 보니 살짝 눈물이 났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동전 뒤집듯 뒤집어보면, 마침내 지금 살고 있는 순간에 대한 애틋함과 감사함이라는 걸... 이번 명상을 통해 오롯이 느꼈다.
그리고 그 동전의 이름은 신비(Mystery)겠지. 왜 태어났는지도,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신비로운 우리의 삶... 그저 지금이라는 순간, 순간을 선물처럼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신비로움을 아우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