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먹을게 많아져서 나는 설렌다.
매일 같이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서
굴 두 봉지 사 와서 호로록 남편이랑 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가을 전어부터 시작해서 겨울 방어도
먹을 때마다 너무 맛있다.
그중에서도 과메기는 좀 내게 특별하다.
애들이 어렸을 때, 윗집 아랫집으로 살면서
친했던 친구 부부가 있는데
그 친구들은 나보다 더 먹는데 진심이었다.
그래서 겨울이 다가오면 매년
과메기 돼지파티를 위해 모이곤 했다.
돼지파티의 준비물로는
윗집 친구 부부가 제일로 맛있는 과메기를 준비하고
다른 친구 부부는 같이 곁들일 야채들을 준비해 오고
우리 부부는 과메기 안 먹는 애들이 먹을
식사거리와 술을 잔뜩! 준비하곤 했다.
과메기는 껍질을 먹기
직전에 갓 벗기는 것이 맛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 같이 신나는 노래를 틀고
헤드뱅잉을 하면서
과메기 껍질을 다 같이 벗긴다.
그동안 애들 식사도 대충 챙겨주고 나면
드디어 과메기 돼지파티의 시간!
시시껄렁한 노래이야기 정치이야기
이 집 부부싸움에서 대체 누가 잘못한 건지
잘잘못 가려보기 영화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과메기를 싸 먹다 보면 새벽 두 시는 금방이고
술도 그렇게 금방 없어진다.
지금은 더 이상 위아래집이 아니라서
과메기파티를 하지는 못하지만
겨울이 되면 우선 과메기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가고,
그럼 나는 주문을 넣어둔 과메기가 오면
혼자라도 멋지게 한상 다 차려놓고
요즘은 술도 별로 안 먹고 싶어서 술도 없이
(대신 쿨피스나 물이랑)
야무지게 과메기를 싸 먹곤 한다.
야채 위에,
꼭! 다시마 한 조각 깔고,
김도 한 장 넣고
편마늘, 고추 한 조각 필수
쪽파도 없으면 서운.
나머지 뭐 미역줄기 같은 건 옵션..
초고추장 듬뿍 찍어서 쌈 싸면
즐거웠던 과메기 돼지파티가 떠오르며
내 열정적이었던 30대의 밤들이 떠오르며
추억과 과메기를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곱씹어본다.
과메기는 싫다던 5학년 아들이
내가 다시마에 편마늘 고추 모두 넣어 한입주니
눈이 동그래지며 과메기의 참맛을 알겠다고 한다.
그래.
너랑도 머지않은 미래에
막걸리 마시면서
신나는 노래에 헤드뱅잉 하면서
과메기 돼지파티 할 날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친구네 부부 요즘 뭐 하고 사냐고
과메기파티 언제 할 거냐고 연락이나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