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교육 12년 속에 담긴 의문
21세기 학생들이 여전히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선생님에게서 배우고 있다.
(OECD 미래교육과 역량 이사회 사무총장,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가 인용한 어느 교육자의 말, 2018)
제가 다니던 학교는 이랬습니다. 19세기에 등장한 표준화된 공립 교육과정을 따르던 학교. 특정 집단이 만든 정형화된 틀과 규칙에 맞춰 일률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을 평가합니다. 정답이 정해진 시험을 치르고, 성취도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성적을 부여하고 줄을 세웁니다. 점수에 따라 울고 웃으며, 대입과 취업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교육.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넘었다. 네모난 교실 속에서 수업을 듣고 교과 내용을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시험을 쳤었던 의무 교육 시간을 졸업과 동시에 잊었다. 대학교 입학만을 목표로 엉덩이 힘으로 버틴 시간. 교과 내용을 잘 암기해서 좋은 점수를 받아 대학에 갔다. 대학에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된다고들 했지만 교양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 이외에 대학에서도 똑같이 강의를 듣고 암기하고 시험을 쳤다. 또다시 전공 점수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았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실무를 다시 배웠다. 그간 암기한 내용은 큰 쓸모가 없었고, 전공에서 배운 내용 중에서는 사회생활에 적용할만한 부분은 적었다.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들을 내 머릿속에 잘 넣고 꺼내는 것으로 칭찬을 듣는 시기는 끝났다. 온갖 응용과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직장생활로 새롭게 나를 단련해야 했다.
결혼 후 임신/육아의 시간 동안 사회와 잠시 멀어졌었다. 그리고 2023년,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의 학부모가 되어 학교라는 공간에 다시 발을 디디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참관 수업이 있던 날, 여전히 칠판을 바라보며 나란히 놓여있는 책걸상에 앉아있는 교실 풍경, 지루해 온몸을 비트는 아들의 모습에 걱정이 앞섰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할까?’라는 걱정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기초 소양과 역량은 배우는 것이 맞다. 선생님과 친구들이라는 새로운 사회를 경험하면서 세상에 들어가는 것도 맞다. 내가 무서웠던 것은 네모난 교실에 갇혀, 책걸상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는 생활을 11년 넘게 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렇게 변한 게 없는 건가? 암기를 잘해서 성적을 잘 받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세상인데, ChatGPT는 몇 초 만에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는데....
“정보는 어디에 있는지 알면 된다 - by 세이노의 가르침”
세상은 달라졌는데 왜 학교는 그대로일까. ‘공부를 잘한다 = 암기를 잘하고, 교과서에서 요구하는 정답을 잘 기억한다’일 뿐이었다. 시험 문제의 정답을 알았지만, 나는 아직도 내 삶의 정답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아직도 찾고 있다. 내 아이도 이 길을 다시 가게 될까 무서웠다. 그래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교육 시스템을....
이미 2015년, 국제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미래 교육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프로젝트 ‘OECD 미래교육과 역량 2030’을 출범했었다. 그리고 1차 작업의 결과물을 ‘OECD Learning Compass 2030’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세상에 공개했다.
‘난 왜 이걸 지금 2023년에 알게 된 것일까? 역시 사람은 관심 있는 것만 눈에 넣는구나.’
무지와 무관심이 부끄러워졌다. 그렇다면 오랜 연구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실제 반영하고 있는 곳이 있는지 알아야겠다. 지속 가능한 미래 교육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를......
그림 출처:EduSkills OECD, How has education changed in response to social forces?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