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道)

서시

by 프리스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 <윤동주> 1941年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의 존재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고 불안했던 적이요. 심장은 요동치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며 정신이 혼미할 지경까지 나 자신을 끝없이 몰아가는 절망. 끝없이 쌓이는 가슴에 돌덩이들, 한걸음 내딛을수록 그 무게가 더해져 기어이 늪에 빠지고야 마는 ….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인식했을 때, 그게 나라는 존재일 때. 고통은 고통을 낳아서 나는 나에게 형벌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자학을 넘어선 모든 것들.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생각을 나에게 주는 것. 너는 그런 존재야. 너는 그만큼이야. 그러니까 이제 부서져. 이제 그만해. 사라져 줘 ….


나의 주된 괴로움은 '수치심'이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모독과 말들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나라서. 이것밖에 못돼서. 스스로 악순환에 갇혀있으면서 늪에 빠져 갉아먹으며 사는 나 자신. 수치스러운 나. 절망의 우물에 빠져있습니다.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그 목소리가 가증스러워 아무도 들어주지 못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어주다 가시에 찔려 그 사람마저 다치고야 마니까요. 괴성을 지르며 가슴앓이를 해도.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마음이 아파 가슴을 턱턱 치며 쓰러져도 아무도. 눈물이 고이고 고여 내 진실한 애원의 눈빛을 스스로 마주할 때까지.


진실을 바랐습니다. 진실로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사실은 살고 싶다고. 잘 살고 싶다고. 그러니 예지야 나를 용서해 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래? 이런 나여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창문에서 내려와서야 나를 용서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이렇게 붙잡았나 봅니다. 사실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나 봅니다. 사실은 정말이지. 나는 너무나도 서툴렀나 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너무나도 몰랐나 봅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당신을 당신 그대로 보면 되는 걸 왜곡된 시선으로 보니 나는 참 아팠나 봅니다. 참으로 나를 갉아먹었습니다. 당신께도 용서를 구합니다.


어느 날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와닿았습니다. 나는 작은 것에도 괴로워했고 무너졌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나를 절망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빛으로, 희망으로, 삶으로 나아가며 나의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사랑의 힘을 믿으며 ….



나의 넓디넓었던 공허가 큰 그릇이 되어, 부디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토요일 연재
이전 07화진짜 아픔을 겪고 있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