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무엇일까

내가 강해질 수 있을까

by 프리스트





살고 싶어

잘 살고 싶어

후회 없이 살고 싶어

하지만 불가능한 우주의 법칙

전제부터 틀린 인생의 공식


.


내가 그린 그림이 있어

이렇게 살고 싶다는 걸 노래해

하얀 캔버스에 색감을 입히듯

아름다운 이상을 말이야


낙원은,

그 영원히 닿지 못할

괴로움도 아픔도 없는 그림을

가끔 그리워하곤 해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야


가슴이 요동을 치고

눈가에 작은 이슬이 맺혀

나는 흔들리고 있어


살고 싶다고

잘 살고 싶다고

나 자신을 달래보아도

거세진 파도를 멈출 수 없어


떨리는 손을 마주 잡아 기도해

그럼에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아찔함을 난 잊지 못해


나의 생명은 어디로 가는 걸까?


.


용서라는 건 너무 어려워

벼랑 끝으로 몰아낸 이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어

그래서 나를 절벽으로 몰아갔어


잘 살지 못해서

아름답지 않아서

모나 보여서

받아들일 수 없었어

모든 화살을 돌렸어

이것도 저것도 다 내 탓이라


숨이 막혔어

스스로 옥죄이는 질문들

아파질 수밖에 없는 답변들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죄책감이었어


.


무차별하게 몰아간 질문에

답은 하나밖에 없었어

전제부터 틀린 질문에 답을 내렸어

살고 싶지 않다고


죄책감은 감당하기 힘든 짐

이제 그만 내려놓고 싶어

모든 책임으로부터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


나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지

아름다운 색감으로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그 도화지를

빈 여백으로 두고 싶어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야


.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지 알았어

지켜야만 하니까

놓으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걸 잘 아니까

그래서 살아질지 알았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잘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야

용기가 없어서야

힘이 없어서야


힘을 내고 싶지 않아

힘들고 싶지 않아

고난을 극복하고 싶지 않아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


내가 원했던 건

고작 따스한 햇살이었어

자비로운 용서였어

다정한 말 한마디였어


이렇게 차가워진 나를

녹여줄 수 있는 사랑이었어

살얼음판 같은 세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빛이었어


.


내가 강해질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강해질 수 없어

단단해지려 할수록

세상의 공식 속

답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다시 돌이켜

연약한 게 맞다고 말이야

약한 걸 인정해

빙하기를 녹일 수 있는 건

찬란한 빛뿐이니까

가시 돋친 말보다

따뜻한 햇빛이 되고 싶다고

다시 나를 정의해


.


우리를 살게 하고

죽게 하는 것들이 있을지 몰라

촛불 같은 생명력은

또다시 희미해질지 몰라


그래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건

이 생명에서 아름다운 빛깔을 보았기 때문이야

보랏빛

분홍빛

푸른빛

주황빛

회색빛


그 아름다움에

내 빙하기가 녹아

다시 또 살아가기로 했어


.


그래 이 삶,

빛을 내며 퍼져가

그렇게 세상을 녹여가

찬란한 빛

어둠이 가시고

다시 또 떠오를 태양처럼

이 삶


살아가

빛을 내

찰나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순간의 사랑을 위하여


지고 또 져도

다시 떠오를 테니

힘차게 타오를 테니

우리의 삶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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