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의연함이 필요한 해외살이
(어려운 상황도 잘 이겨냈으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참 생소한 경험을 하곤 했다. 딱 3개월 있던 워싱턴 DC에서는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근처에 폴리스 라인과 경찰이 잔뜩 있던 적이 있었다. 때때로 그런 일이 있었다.
홍콩에서도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홍콩은 각 플랫 간 거리가 매우 좁다. 신축이어서 그랬는지 다행히 층고는 높았고, 희한하게 층간 소음이나 옆집 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 편은 아니었기에 앞집, 옆집 위치가 가까운 게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바로 앞집으로 이사 온 아저씨가 술에 취하면서 악몽은 시작되었다.
이사 들어오는 날에도 굳이 문을 열어두고 공사를 하면서 집에 들어가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게 왠지 섬뜩했는데 술에 잔뜩 취해서 도어록 비밀번호를 잊었는지 도어록을 뜯어내려는 듯한 소리와 발로 차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한 한 시간 정도 도어록을 두드리고 문을 발로 차다가 갑자기 번뜩 이 집이 아닌가 싶었는지 우리 집 도어록 번호를 누르다가 또 우리 집 문을 발로 차는 게 아닌가.
도어록은 이중잠금으로 돌려두었으나 그래봐야 도어록일 뿐이라 할 수 있는 게 벌벌 떠는 것 말곤 없었다. 그때 도움을 청하지 못한 건, 바로 인터폰을 하면 리셉션으로 넘어가나 단 한 마디도 영어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도 겨우겨우 어렴풋한 광둥어로 하는 마당에 영어로 설명이 될 리 없었고, 막상 전화기를 들어 설명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옆집에서 신고를 한 건지 곧 경찰이 왔고 그렇게 그날은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새벽부터 다시 아저씨의 주정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그냥 문을 두드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한 번 왔었는데 경찰이 오자마자 비밀번호가 기억났는지 집에 잘 들어가더니 약 10분쯤 뒤에 다시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이상한 걸로 전체 복도 벽을 치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광둥어로 몇 시간이나 소리 지르는 행위를 반복했다. 약 한 시간 후, 한 아저씨가 참다못했는지 밖에 나와 언쟁을 벌였고, 곧 종결되는 듯하였으나 곧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고 약 한 시간 후, 경찰이 왔다. 그것도 약 10명쯤이나. 알고 보니 정말 칼을 휘두르던 게 맞았고, 정황 파악을 위해 경찰은 그 층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신원 파악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때가 새벽 3시 반이었다. 다행히 누가 다치거나 피해를 입진 않았다.
다만, 확실히 위험했던 상황임을 알려주듯 유리벽이 깨져있었다. 바로 다음날, 영어를 할 줄 아는 경비 아저씨가 본인의 개인 번호를 알려주며 새벽도 괜찮으니 언제든 연락하라고 번호를 알려줬지만 결론은 나의 집주인만 사과를 받은 채 이상하게 사건이 종결되었다.
아저씨는 너무 고마웠지만 나는 바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주변 동료들한테 녹음한 내용을 들려줬더니 차마 내용을 통역해 줄 수 없다며 그냥 잊으라고 했다. 정신을 놓고 협박하는 내용이라며 대충 얼버무리면서.
이후,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조금은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 조금은 주변을 경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