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로 울고 웃고
내가 기억하기로 홍콩 신축에는 대체로 발코니가 있었다. 통창을 만들면서 생긴 부분인지 뭔지, 건축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큰 창과 발코니가 트렌드인 듯했다.
운이 좋아 홍콩에서 살았던 2집 모두 신축이었고, 위 트렌드를 따르는 집이었다. 대체로 너어무 덥고 습했기에 길어야 약 4개월 정도만 문을 열어두긴 했지만 선선한 날의 발코니는 꽤나 낭만적이었다.
아, 홍콩의 발코니는 그야말로 발코니이다. 한국의 베란다와는 달라 내부 창을 열면 밖에는 별도의 창이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 공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틈새로 보이는 바다와 석양을 구경할 수 있는 날에는 그 풍경을 보고 싶어 집에 달려오곤 했다. 어찌 보면 비슷한 그림체인데도 영상이며 사진을 수천 장 찍어두기도 했다.
테이블 하나만 두어도 루프탑 카페 같은 느낌이었고, 크리스마스엔 왠지 또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몬스테라가 참 잘 자랐다.
첫 집에서는 아쉽게도 그 순간들은 아주 찰나였다. 공간이 좁기도 했고, 문이 이상하게 미닫이라 매번 열기 어렵기도 했고,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홍콩에서 길거리에 있던 아파트라 앞 건물과 너무 가깝기도 했던 탓에.
두 번째 집에서는 가능하면 모든 순간을 만끽하고자 했다. 더워도 밖에서 가끔 부는 바람이 좋았고, 잠시 창 없이 보는 야경도 좋았다.
딱 한 가지 발코니의 단점은 바깥과 너무 잘 연결되어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홍콩은 날씨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생활환경 탓에 벌레가 살기에 최적화된 곳이었다. 4평 남짓한 방에서 벌레를 마주해야 한다는 건 굉장히 소름 돋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 틈에 끼인 바퀴벌레를 보고야 말았고, 그 이후엔 나도 모르는 새에 집 안을 점령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주 밝은 시간에만 문을 잠시 열곤 했다.
발코니에 잠시 나가는 것도 주변을 아주 경계하며 나가야 했다. 방역 업체도 부르고, 매주 청소도 했지만 아주 가끔 벌레가 찾아오는 날을 막을 순 없었다. 내 공간을 나눠 써야 한다는 것이, 하필 그 공간이 나의 베란다라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아쉬웠지만 그렇게 공존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