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4)_무조건 성공적인 공부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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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못 믿는 것들이 많아졌다. 특히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별로 가르쳐 준 것도 없는 교수의 거의 유일한 가르침을 만나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 그 교수는 '청산별곡'을 사례로 들면서, '청산별곡'을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고는 우리에게 알아보라고만 했다. 아! 대학원 수업은 역시 이런 것이었던가!

그런데 막상 누군가 적어준 것을 읽는 단계에서 조금 더 깊이 나아갔을 뿐인데,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허술하고 빈약한 맥락에서 탄생한 것인지를 알게 되고는 약간의 충격까지 얻게 되었다. 내가 이런 수준을 배워왔고 또 그대로 신봉하며 가르쳐왔구나.


그렇게 불신의 대학원 생활을 보내고, 어느덧 논문을 준비하게 되었다. 청년의 끝자락이라는 시기와 불신으로 점철된 대학원 생활과 직업인으로서의 매너리즘이 맞물려, 마치 '믿을 것은 믿을 것이 없다는 것뿐'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쓰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럴 때 붙잡는 것은 역시 초심이라고, 연구계획서를 다시 들춰보며 불신에 기반을 둔 연구와 논문 작성을 시작했다. (주제가 '시치료'이고 이는 사회정서교육과 맥락이 깊은 바, 이 연구에 대해서는 2장에서 더 자세히 밝히고자 한다.)

나름대로 학생들을 위한 치료적 교육 프로그램도 구안하였으나, 못내 가시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과연 이게 믿을 만한 것이냐는 것이었다. 물론 논문의 절차를 밟아가며 신뢰도와 타당도를 구축해 나가겠지만, 내가 읽은 불신의 대상들도 결국 모두 논문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그러던 와중에, 지금은 누가 해주셨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에게 끝까지 불신을 넘어서 나름의 사명을 완수하게 해 준 말이 있었다.


'교사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지고지순하게 노력해서 계속 뭐라도 하면, 결국 무엇이든 됩니다.'


결과적 지식은 불신할 수 있어도, 과정적 공부와 실천은 그 불신마저 재료로 삼아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대학원 공부는 내 공부의 전환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회정서교육도 이러한 전환이 먼저 시작이 되어야 한다.


사회정서교육은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라는 다섯 가지의 역량에 하위 '기술'들을 설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김윤경 선생님은 이렇게 적고 있다.


'인지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과 동기였다. 다시 말해 성공적으로 살기 위한 방법에 관한 지식을 안 후, 선하거나 열정적인 동기를 가지고 그 지식을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식과 동기만으로는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안다....(중략)... 즉 훈련을 통해 관찰하고 다듬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자연스럽게 가르치기 위해 학교는 기술을 훈련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사회정서교육은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전환된 이후의 내 공부와 닮았다. 이 공부의 최고 강점은 실패마저 성공의 제물로 삼아버리는, 무조건 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공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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