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27)_참게소년과 이끼소년단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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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다. 시민들의 SNS를 통해 뉴스보다 생생한 여러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는 오늘이다. 폭우로 강과 하천이 뒤집어진 탓인지 집 앞에 각종 물고기들이 들어왔으며 그래서 그것을 잡아서 살려줬다는 영상도 인상 깊었지만, 그것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참게를 잡는 아저씨에 대한 영상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금지된 장소에서 금지된 체장의 참게를 잡는 한 아저씨에 대해 앳된 목소리를 가진 소년이 잡지 말라고 계속 주장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의 배경의 문구는 이랬다.


'[긴급] 한강에서 참게 남획하시는 사람 퍼가서 퍼트려주세요'


현재 이 영상의 조회수는 193만 정도이고, 무려 4,5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이런 엄청난 파급력이 생겨버린 고발 영상을 만들어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계정을 찾아 들어가 보니, 곤충과 식물을 사랑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비록 어린 학생이라지만, 정확한 법규를 알고 있고 당당하게 불법에 대해 꼬집는 모습과 이에 대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들은 척 만 척하다가 그래도 민망했는지 조용히 자리를 피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대비되는 이 영상은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정서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체계화되기만 한다면 충분히 사회정서교육이 될 수 있다는 힌트를 김윤경 선생님의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너레이션 시티즌스Generation Citizens 프로그램은 사회 참여와 봉사 학습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는데, 이를테면 학생들이 스스로 노숙자를 위한 보호소나 약물중독 치료소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그램의 교사들은 학제적인 과정을 통해 관심 있는 지역 문제를 설정하고 토론하며 해결 방안을 결정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역량을 향상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가르치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외부에서 한 봉사활동 기록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학교 봉사활동의 경우에도 고입 내신산출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진학에 힘 쏟기 바쁜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요즘 봉사활동을 특별하게 하지 않는 것이 대세적인 현실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요즘 학생들은 봉사활동도 안 한다고 봉사정신이 사라지고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학을 위한 형식적인 봉사활동이 사라졌을 뿐, 오히려 스스로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섬세한 사회 참여 활동은 디지털을 주요 수단으로 하여 더욱 다채롭게 나타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저 참게를 보호하기 위한 참게 소년의 영상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자랄 때만 해도 하나 정도는 가입하는 것이 자랑이던 청소년단체 활동도 많이 위축된 듯하다. 하지만 단복과 의례와 집단적인 구호가 사라졌을 뿐, 청소년의 사회참여는 더욱 지역화되고 개별화되어 섬세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기억나는 우리의 모임, '이끼소년단'. 학교가 조금 일찍 끝나는 오후에 나가서 어른들께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고, 요구르트 한 병씩을 나누어 드리고, 지나가던 시민들께 좋아하는 식물을 인터뷰하고, 학교 주변의 산을 천천히 걸으며 이끼를 찾아 자연을 느끼던 우리. 비록 중대하고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지는 못했지만, 그런 작은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언젠가 수백만의 조회수와 수천의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일도 하게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비가 그치고, 얼마 안 있으면 절기상 처서. 이제 날도 선선해져 갈 테니 덥다고 교실에서만 콕 박혀 교과서만 가르치고 집에 후딱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아이들과 마을을 좀 걸어보면 어떨까 하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


그렇게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을 통해 우리는 또 무슨 소년단이 되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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