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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의 미래를 위하여

3장.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by 아키비스트J

AI와 함께하는 아카이브의 미래


기록의 선별과 평가는 객관적 기준을 따르는 중립적 절차가 아니라 권력이 작용하는 정치적 결정이고 감정과 주관성이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윤리적 실천입니다. 아키비스트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회적 행위자입니다. 자신들의 선택이 어떤 목소리를 보존하고 어떤 목소리를 배제할 것인지에 대해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는 일회적 결정이 아니라 공동체와 아카이브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과정입니다.


AI 시대의 기록학은 거시적 메모리얼의 질서가 해체된 이후 각 개인의 마이크로 메모리얼이 얽혀 만들어내는 감정의 네트워크 속에서 새로운 기억의 윤리와 사회적 감정의 조화 방식을 모색해야 합니다.


AI는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I가 감정의 패턴을 찾아내고 인간이 그 패턴의 의미를 해석하고 공동체가 그 해석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구조입니다. AI가 감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중요한지 어떤 윤리적 책임을 수반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이 판단해야 합니다.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결국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학적 공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합의입니다. 그리고 그 합의는 항상 불완전하고 시대에 따라 변하며 권력 관계에 의해 흔들립니다.


아카이브의 정직함은 이 불완전성을 숨기는 데가 아니라 그것을 명확히 드러내고 투명하게 논쟁하는 데 있습니다. 객관성이라는 거짓말에서 벗어나고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감정의 필연성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정직한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억의 미래는 완벽한 보존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윤리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윤리를 실현하는 데 AI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판단하고 아카이브가 맥락을 제공하고 AI가 패턴을 찾아내는 협력 구조 속에서 말입니다. AI는 이런 과정에서 우리의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AI가 객관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관적 판단을 지원하고 감정의 패턴을 드러내며 공동체와의 대화를 촉진하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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