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지금 비? 이건 멕시코의 날씨가 아닌데?

by 구자룡

하필이면 지금 비라니? 이건 멕시코 중부의 날씨가 아니다.


내일부터 조깅을 하고자 하면, 거의 반드시 오늘 밤에 회식이 늦게 까지 있거나, 다음날 아침에 비가 온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가는 날이면 아침에 반드시 비가 온다. 나도 그랬다. 초등학교 때는 예전에 학교에서 일하던 아저씨가 학교 고목나무를 자르다가 나온 구렁이를 죽여서 무슨 좋은 행사만 하려 하면 비가 온다고 했다. 거의 날씨가 좋은, 매일 햇빛이 쪼이고 습기도 거의 없어 쾌적한, 멕시코 중부의 날씨다. 우기라 해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오는 경우는 11년을 살아온 나에게도 며칠 되지 않는 날씨였다. 멕시코 중부에서 우기란 저녁 시간에 두 시간 정도 쏟아지거나, 많이 오더라도 밤에만 오고 아침에 그쳐서 낮에는 소위 좋은 날씨가 지속되는 그런 나라다. 웬 비가 이렇게 많은가? 2008년 우리는 공사 중이었다. 매일 땅을 파고 있는데 비가 쏟아져서 공사가 중단되고, 비로 엉망이 된 땅을 다시 고르고 하는 일이 반복됐다. 하필 지금 비? 멕시코의 날씨가 아니다. 왜 이러는가?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비는 오고 공사는 지연되고, 고객사 공급일자는 다가오고 있었다.


철강 판매에서는 비가 오고 안 오고는 상당히 중요하다. 당일 출하에 직결되는 사항이다. 즉 고객사 납기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의미다. 나는 수출 수송을 담당하는 팀에서도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매일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비가 오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비가 예보되면 제철소에 전화를 걸어서 선박 상황, 작업 상황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이후 물량을 준비해야 한다. 철강은 쇠다. 그렇다 보니 물과는 아주 친하면서도 맞지 않는다. 생산이 완료되어 판매 직전의 제품이 된 이후에는 물과 만나면 녹이 슬기 때문이다. 철강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달되고 신기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녹방지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물과 만나면 녹이 슨다.


비가 오면 선박 선적 작업도 그렇고, 내륙 운송 시에도 창고 내에서 작업을 한다 해도 복포를 덮어서 철강 제품을 보호하는 작업을 더 해 주어야 한다. 창고 내로 들어오는 트럭의 물기 제거도 해야 하는 작업도 있어서 작업시간이 지연되어 당일의 출하 목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날씨는 철강업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멕시코 중부의 날씨는 철강업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비라니? 이건 멕시코 중부의 날씨가 아니다. 어떻게 건설 중에 이렇게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지 모르겠다. 비가 오는 날은 공사가 중단되다시피 하니, 내가 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실제 땅을 파는 등의 현장 일은 할 수 없지만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내가 하는 업무는 현재로서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일은 많고 공사 지연에 따른 적기 가동에 대한 우려가 어우러져 있었다. 고객사에는 적기 공급에 문제없이 진행하겠다고 이미 통보가 되어 있었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공사가 지연된다는 자체가 엄청난 비용의 소모를 의미한다.


비가 오는 와중에 공사현장의 땅은 중장비 이동으로 깊게 파이고 파인 곳에 물이 고여 마치 늪을 연상하게 했다. 현장 소장님과 직원들도 다들 속이 타 들어간다. 내가 근무했었던 수출수송팀에서도 선사들이 선박을 렌트(용선)해서 계약된 운임을 가지고 작업을 이행하려면 선박을 빨리 부두에 붙여서 작업을 신속하게 완료해야 한다. 부두에 붙이는 게 지연되거나 작업시간이 늦어지게 되면 서있는 자체로도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건설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공사가 지연된다는 자체가 엄청난 비용의 소모를 의미한다. 그러니 공기 단축은 비용을 확실하게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다들 나름의 이유로 속이 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는 배수 시설이 잘 되어 있지는 않는 듯했다. 2시간여 집중적으로 소나기가 퍼부으면 도로와 주택단지가 잠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장을 짓거나 주택단지 조성을 할 때 주변보다 약간 높게 조절하거나, 빗물이 흘러내려서 큰 도로 쪽으로 흘러가게 설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눈으로 보면 평면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비가 오면 도로 쪽으로 물이 흘러가게 약간의 경사를 두게 된다. 이런 작업들이 선행되지 않거나 건설사들이 단지를 조성하면서 비용 절감 등 사유로 배수를 위한 높낮이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는 거의 잠긴다고 보면 된다. 때론 하수구로부터 물이 밖으로 역류하여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만약 멕시코시티 공항에 내려서 비가 억수로 오고 있다면 시내로 이동하는 중간 도로는 거의 잠겼다고 보면 된다.


공장 건설을 진행하면서 소위 비를 피해서 치고 빠지는 일이 지속되었다. 현장 소장님과 비가 올 때에도 작업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더디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객과의 약속에 대한 이행을 해야 했다. 1 공장이 있으니 만일의 경우 1 공장에서 가공하여 공급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나 물류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 비용 부담을 해가면서 까지 공급하기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정말 어찌할 수 없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적기에 공사를 마치고 차질 없이 공급 판매를 진행해야만 했다. 항상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시황이 악화되거나, 공사가 지연되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되면 회의가 많아진다. 역시나 회의가 많아졌다. 비가 오는 중에도 공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공사가 지연되는 만큼 추후 이 기간만큼 당겨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바닥 공사를 마치고 가장 신속하게 작업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많은 아이디어 도출과 개선 논의가 계속되었다.


혹시나 멕시코에서 소규모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면 10월에 착공해서 다음 해 4월이나 5월에 준공하는 계획을 세우는 게 가장 좋다. 통상 한국 건설사 기준으로 소규모 공장이라면, 6~7개월이면 어느 정도 가동에 필요한 공사를 마칠 수 있다. 이번처럼 공사 중에 비가 많이 오게 되면 지연될 소지가 크다. 우기는 피해서 공사 기간을 설정하는 게 좋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결과적으로 우리는 적기에 공사를 마무리 했다. 이는 이후에 다시 언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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