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하면서 멕시코 중부에 비가 오는 날이 많았고, 한국에서와 다르게 대부분의 일들이 지연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소장님과 일정을 협의해 가고 하는 와중에 사무실에 들어가는 날짜를 확정하여 소장님께 알려 드렸다. 나 역시도 우려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일단 들어가고, 뒷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소장님께 알려드리기 전에 우리 부법인장님과 직원들에게도 사무실에 입주를 하겠다고 먼저 이야길 하였다. 부법인장께서는 그때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말씀을 하셨고, 직원들도 여러 가지 우려되는 상황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약간 무리였다. 공사 진도로 보면 사무실에 입주를 한다는 게 무리란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결단을 내렸다. 그러지 않고는 공사가 더 지연될 것 같았다. 그리고 공사를 해 가는 것을 현장에서 보고 싶었다. 매일 현장을 방문해서 잠깐 있다가 나오고 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보고 협의하고 진행해 가는 게 나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역시나 소장님도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셨다. 사무동 공사 일정으로 봐도 내가 정한 일자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하셨다. 난 그날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소장님도 포기를 하셨는지, 최대한 맞춰 보겠다고 하셨다. 나는 최대한 맞춰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그날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내가 정한 날짜의 전날, 소장님과 직원들은 들어가는 게 무리라고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무슨 배짱이었는지 그대로 들어가겠다 했고, 직원들에게 사무실 이사 준비를 마무리하라고 하였다. 아마도 소장님도 내가 설마 그날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은 못하셨던 같다. 날은 밝아 왔고, 아침부터 이사를 서둘렀다. 소장님은 어쨌든 사무실 공사를 최우선으로 하고 계셨던 것은 사실이다. 사무동으로 들어갔다. 집기들과 사무용품, 컴퓨터 등 사무실에 있던 집기들을 모두 트럭에 싣고 사무동에 입주를 하였다. 소장님은 난감해하셨고, 부법인장님은 웃으시면서 정말 들어왔네라고 하셨다.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적기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공사를 하시는 분들도 우리 직원들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사안에서건 갖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가 바로 옆에 있다면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적기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적기에 공사를 마무리하였다. 모든 분들이 다들 최선을 다해준 덕분이다.
사무실에 입주를 하고 나니, 사무실에서는 공사로 인해 먼지가 풀풀 날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공사가 한창 마무리 중이어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소장님께 여쭤보니 화장실 공사에만 집중하면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걸린다 하셨다. 일단 일주일을 목표로 잡고 작업에 들어갔다. 화장실이 제일 급한 작업이 된 거다. 먼지가 많아서 컴퓨터 키보드 덮개, 물티슈, 직원들 마스크를 먼저 지급했다. 화장실은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매일 시간을 정해서 임시사무실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차량 배차를 하였다. 시간이 되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직원들은 그 차를 타고 임시사무실이었던 장소의 화장실을 활용하고 다시 차로 이동하여 사무실로 돌아왔다. 실은 일이 되겠는가 싶기도 했지만, 공사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직원들도 처음엔 불만의 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공사 기일을 맞추어서 고객사에 적기에 판매를 해야 하는 사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후 화장실은 공사가 마무리되어서 화장실을 활용하기 위한 배차는 필요가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모든 작업의 우선순위를 사무동이 두었으니 사무동은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렇더라도 먼지 문제 만은 지속되었다. 창문은 열어 둘 수 없었고, 키보드에 덮개를 한다고 해도, 비가 오면 드나들면서 유입된 진흙이 말라서 날리기도 해서, 먼지가 쌓여 고장이 나는 일이 빈번했다. 우리 전산 담당자에게는 키보드를 분해해서 닦는 일도 추가되었다.
그렇게 공사는 계속되었고, 공장동 바닥공사도 마무리되고 지붕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붕공사가 되어야 설비가 들어와서 비가 오더라도 내부 공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건설에서 설계를 하면 설계대로 지으면 된다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큰 틀에서의 설계는 설계대로 하게 되는데, 이것 저것 변경되는 사안도 많았다. 모든 프로젝트나, 철강 장사나, 심지어는 인생도 살아가다 보면 상황이 변할 수 있고, 상황이 변함에 따라 많은 예정된 일들이 변하는 것처럼, 건설도 상황에 따라서 설계된 내용도 변경이 상당히 많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거나 해야 하는 일의 바닥 기본 원리라는 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장에 있는 분수의 모양도 변경되었고, 설비 설치의 설계도 변경되었다. 신기했다. 설비 사양에 따라서 정확하게 바닥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설비를 직접 보면서 측정해서 할 수는 없고, 역시나 설비의 설계도를 가지고 바닥 설계를 해서 공사를 하게 된다. 나는 일을 하게 되며 직접 실물을 보면서 장사하는 걸 좋아하고, 실물을 볼 수 없으면 사진이라도 보고 하는 장사를 좋아하는데, 종이에 그려진 설계도면만 보고 실제로 땅을 파고, 바닥을 파거나 메꾸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너무나 신기했고, 건설의 매력에 푹 빠진 계기도 되었다. 건설은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가 가진 매력이 있다. 건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다소 오랜동안 건설에 종사해오신 전문가분들에게 죄송한 상황이 될지 모르나, 건설을 하시는 분들은 예술가와 같다는 생각이다. 난 아주 유명한 건물을 설계했다는 유명한 건축 설계하시는 분들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설계도면을 보면서 판단하고, 사람들을 지휘해 가면서 실제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직접 보여주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분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먼지도 지속되고 사무동에서도 쓰레기가 발생되기 시작하면서, 건설회사에서 용역 계약을 한 청소업체 외에 사무동과 주변 청결을 위해서, 우리가 청소 업체를 계약하였다. 내가 수십 년간 다녀온 내가 보아온 회사는 청결이 우선이었다. 그러니 몸에 배어온 걸 어쩔 수는 없었다. 용역업체를 수배해서 계약을 하고 매일 사무동부터 오전 오후로 청소를 하도록 계약되었다. 우리 판매팀 사무실은 사무동 2층에 위치해 있다. 2층에서 창문 밖을 보면 공사 작업을 하는 것도 보이고, 뒤로 복지동 건물도 보인다.
오후 5시가 되니 직원들이 하나둘씩 퇴근을 시작한다. 나는 우연찮게 고개를 돌리다 창밖을 보게 되었다. 청소하시는 분이 공사 현장의 바깥 귀퉁이에서 비질을 하시면서 쓰레기를 모으는 것이 보였다. 이제 쓰레기를 쓰레받기에 담아서 쓰레기 봉지에 담으면 끝이었다. 그런데 5시 정각이 되니 그 자리에서 쓰레기 더미를 남겨두고 빗자루만 들고 자리를 떠나는 거다. 좀 있으니 쌓여 있던 쓰레기들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하였다. 웃음이 막 나왔다. 나중엔 이 웃음에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당시엔 서양의 출퇴근 시간 준수를 떠올렸었다. 시간이 되면 무슨 일이 되었던 손을 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반인 걸로 결론 내야 겠다. 퇴근하면서 낼 아침에 볼 수 있게 보고서를 준비해 달라는 이루어지기 힘든 문화라는 거 하나 하고, 내 웃음이 미안해진 거 하나다.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혼자 웃었던 웃음이지만 청소를 하셨던 분에겐 미안하기도 하면서 일에 대한 시간 분배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기도 했다. 어쨌든 그분이 그렇게 일을 끝낸 이유는 귀가 차량 때문이다. 그 귀가 차량을 놓치면 그날 집에 가기가 어려워지는 거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차를 가지고 있지만, 청소 용역 업체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차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출퇴근 차량을 이용해야만 한다. 차가 없이는 이동하기 어려운 거리에 있어 반드시 출퇴근 차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후 우리 공장도 출퇴근 버스를 운영해야만 했다. 사무동에 근무하는 판매팀이나 총무팀 직원들은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지만, 공장동에서 생산을 진행하는 직원들의 경우 차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멕시코에서의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멕시코를 너무나 좋아한다. 매력 있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