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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Apr 19. 2024

17. 커피는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운동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글이 되어 버렸다.

쓰다 보니, 운동과는 관련이 없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서두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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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출근을 하면 모닝커피 블랙으로 내려 마신다. 때로 아침 회의가 있는 날은 인근 스타벅스에서 참석 인원수대로 사다가 마시면서 회의를 진행한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알또, 깔리엔떼, 솔로 네그로. 스타벅스 직원의 질문에 대한 각각의 답이다.


내가 기억하는 커피의 시작은 믹스커피였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커피의 시작은 믹스커피였던 것 같다. 이상하다. 생각해 보니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커피를 마신 기억이 없다. 아마 아내와 연애시절, 커피의 한 종류라도 마시긴 했을 것인데 기억에 없다. 대학에 다닐 때도 왜 맥주, 막걸리, 동동주, 소주만 기억이 나는 것인지. 아마도 카페 (당시엔 다방이라 하지 않았을까?)에 가는 대신 당시 유행했던 호프집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암튼 내가 기억하는 커피의 시작은 취업(1991년 1월)을 한 후에 자동판매기에서 설탕, 우유 섞은 달디단 커피와 믹스커피였다. 한참을 믹스 커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이후 입사 후 처음으로 미국 출장을 갔었는데, 미국 고객사 회의실에서 누군가 커피를 권하는데 그게 스타벅스 커피였다. 결국 나의 블랙커피의 시작은 스타벅스 커피로 시작된 셈이다.


이후 아침마다 블랙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였고,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에서 블랙으로 선택해서 마셨다. 문제는 이게 당시 미국에서 마셨던 스타벅스 커피 맛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분말커피라도 좋다. 이 정도면 견딜만했다.


지방 근무를 마치고 서울 부서로 발령을 받아 서울에서 근무를 하게 되니, 당시 부장님 자리 뒤에 커피메이트가 있었다. 누구든 가장 먼저 출근하거나, 부서의 막내가 아침에 부장님 드실 커피를 준비해 두는 그런 방식이었다. 그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부장님과 부장님 부재 시 선임과장 혹은 선임과장이 커피를 마실 때 면담하는 직원 정도가 마실 수 있는 커피였다. 당시의 나는 대리 직급으로 커피를 마시기엔 애매했다.


출근하면서 커피 사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직원은 없었다.


그 커피가 생각나는 날은 아주 일찍 출근을 했다. 내려서 한잔 마시고, 부장님 커피 준비해 두고. 한 참을 그러다가 회사 주변에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출근하면서 커피 사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직원은 없었다. 그때만 해도 그건 사치이기도 했고, 약간은 건방 떤다라는 인식도 있었다. 커피가 뭐라고.


어느 순간 출근을 하는 한 신입 직원이 커피를 사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좁은 엘리베이터에 고참들이 가득한 장소에서 커피를 손에 들고 타는 건방을 시현하는 배짱 있는 신입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신입의 모습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너도 나도 다 손에 손에 커피를 들고 출근하거나, 출근해서 책상 펼쳐놓고 커피 사러 가거나.


그러다 멕시코로 발령을 받아서 오니 커피 인심이 풍부하기도 하고, 주변에 스타벅스도 많아서 아침마다 마시는 블랙커피의 습관은 지속되었다. 그러다 한 순간 카푸치노에 빠져버렸다. 주변에 있는 카페를 하나하나 다 훑었다. 맛있는 카푸치노를 찾아서. 그러다 보니 가장 맛없는 카푸치노를 파는 커피 회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타*스(?)였다. 게다가 회사 주변에 가장 맛있는 카푸치노 카페를 발견하였고, 또 주야장천 그 카페 단골이 되었다.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도 아침 그 카페의 카푸치노를 생각하면 녹아내렸다. 이런... 그 카페가 문을 닫아 버렸다. 콜롬비아 브랜드의 카페였는데 문을 닫아 버렸다. 또 카푸치노 순례가 시작되었다.


아주 장기간 (11년)의 멕시코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본사로 귀국하였다. 이후에도 나의 카푸치노 사랑은 지속되었고, 회사 주변에 아주 죽 둘러서 위치한 카페들을 하나하나 섭렵해 갔다. 그러다 한 카페를 찾았고, 아침마다 그 카페의 카푸치노가 나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이후 다시 멕시코로 나오면서 예전의 그 콜롬비아 브랜드의 카페를 찾아보니 역시나 없었다. 다시 블랙으로 돌아왔다. 블랙이 편하긴 하다. 이런저런 고민 없이 내려 마시면 되고, 카페에서 주문하기도 편하다. 그럼에도 단순 블랙커피에도 민감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까칠하게 그러지 말고 그냥 마시자고 마음을 다 잡는다. 아내도 그렇다. 주말이면 같이 커피 마시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아내는 온도와 맛에 약간 민감하다. 물의 온도 변화가 약간이라도 있게 되면 대번에 바꿔달라 할까? 라고 물어본다. 당연히 내가 일어나서 카운터로 가서 미안하지만.. 하고 바꿔온다.


우리 멕시코 지방 (대형) 도시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내가 대장(?)인데, 가장 먼저 출근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내가 커피를 내리고, 나도 한 잔 하고, 이어 출근하는 직원들도 한 잔씩 마시는 일상이 지속되었다. 사무소의 일이 늘어나고 해서 한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 직원이 나보다 일찍 출근한다. 이 직원이 출근해서 커피를 내리는 바람에 나는 출근해서 그냥 따라 마시면 된다. Gracias.


과연 커피가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의 목적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실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 과연 커피가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의 목적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신체 구조상 깡마른 상황이기도 하고, 가끔 속이 많이 쓰릴 때도 있다. 그러니 커피를 끊자라고 하면서, 담배(30년 전)와 술(12년 전)은 끊었으면서 커피는 못 끊었다. 담배와 술을 끊었으니 의지의 부족이라 보긴 그런데 이상하게 커피는 안된다.


최근 운동을 하면서 근육에 커피가 좋지 않다는 내용을 보기도 해서, 끊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가끔 속이 쓰리기도 하고, 굳이 근육에 좋지 않다고 하는 걸 마셔야 하느냐이다. 아마 멕시코에서 비즈니스를 해가는 상황 특성상 아주 끊기는 어렵지만 나의 의지로 마시는 걸 줄여 보자는 것인데, 글을 쓰면서도 나는 스스로가 확신이 서질 않는다. 30년 이상의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시도는 해보려 한다.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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