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멕시코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by 구자룡

알파벳으로 San Luis Potosi다.


내가 근무해야 하는 도시는 멕시코 중부에 위치한 산루이스포토시였다. 처음엔 산루이스포토시라고 해서 산루이스포토라는 도시라고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산루이스포토시라는 도시였다. 알파벳으로 San Luis Potosi다. San은 영어의 Saint, 우리말로는 성(聖)이라고 한다. San 다음엔 사람 이름이 나오는데 이는 성인 누구라는 의미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안토니오, 샌디에이고 등등 스페인어로 된 지명이 많은데, 전엔 멕시코의 영토였었단 의미다.


지금은 4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법인이지만 내가 부임했을 당시엔 법인에 공장이 두 개가 되는 상황이었다. 2 공장이 지어질 산루이스포토시는 1 공장이 있는 푸에블라로부터 한 530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그곳에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데 이틀 뒤면 착공식을 할 예정이었다. 나는 그 신규 공장의 영업부장으로 발령을 받아 부임하게 되었다. 영업부장으로서 나는 착공식 전날에 산루이스포토시로 이동을 해야 했다. 착공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인데, 착공까지의 업무는 본사와 현지에서 먼저 나가 계셨던 분들이 책임을 지고 검토하고, 착공식까지 준비를 했다. 산루이스포토시까지 이동을 하는 날까지의 중간에 주말이 한번 끼어 있었다. 시차 적응을 위해 쉬는 것도 좋지만 주변을 한번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멕시코라는 데를 왔으니 궁금하기도 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숙소를 같이 사용하는 다른 직원들은 다들 싱글이기도 했고 해서 일찍들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혼자서 숙소에 있기엔 날씨가 너무나 좋고, 공기도 맑고 해서 일단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단지 내를 돌아보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멕시코에서 첫 번째 주말이어서 멕시코를 돌아보고 싶었다. 물론 푸에블라라는 도시가 멕시코 전체로 표현될 수는 없다. 지역도 지역이지만 사람들도 보고 싶었다. 처음에 멕시코에 와서는 멕시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인지 머리에 명확하게 들어오질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오랜 기간을 살다 보니 이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런 사람들이 멕시칸이구나라는 느낌이 온다. 단지 메스티소가 몇 % 다라고 하기엔 멕시칸을 이야기한다는 게 뭔가 부족하다. 멕시코 북부지역에서 조금만 이름 있는 식당에 들어가면 여기가 멕시코 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일반적으로 고정된 이미지의 멕시코 사람들이 아니다. 유럽의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 멕시코 사람들을 단순하게 숫자로 표현하긴 어렵다. 다양하다. 숫자로 보면 네이버 검색에서 메스티소가 60%라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30%라 한다. 그런데 나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30%라는데 놀랐다. 원주민은 거의 못 보았고, 원주민의 마을에 가본 적은 있지만 그렇게 많은 지는 몰랐다. 워낙 넓은 땅을 가진 나라라서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햇빛이 비추고, 하늘이 청명하고 습기를 머금지 않은 날씨를 좋은 날씨라 한다면, 멕시코 중부 대부분 지역의 날씨는 항상 좋았던 것인데, 당시엔 그저 집안에 있기엔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일단 나가 보기로 하고, 집 밖으로 나와서 단지 내를 돌아보니 당초 기대했던 거보다는 다소 허름한 단지였다. 놀이터도 있고 한데, 기대가 커서였는지 처음엔 허름하단 생각을 했다. 허름하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운치도 약간 있는 그런 단지였다. 하루 종일 보내기엔 너무나 작은 단지여서, 단지를 돌아보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날 정말 멕시코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그날 정말 멕시코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들어갈 마음이 생기진 않았는데, 좀 더 멀리 가보자 하는 마음이 생겨서 일단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서 외출용 옷으로 갈아입고 단지 밖으로 나왔다. 아차 싶어서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들어가서 전화로 나가 있는 직원에게 게스트하우스 주소를 물어보고 종이에 적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무작정 나오긴 나왔는데, 정작 단지 밖으로 나오니 갈 데가 없었다. 아직 전화도 지급받지 못했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나, 그리고 어떻게? 단지 입구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갑자기 센트로라는 말이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센트로라는 것은 센터라는 영어와 비슷해서 기억에 많이 남고, 오기 전에 읽어본 멕시코 관련 책에서 어느 도시나 센트로가 있다고 본 적이 있었다. 성당이 있는 곳이라 하던데, 센트로라는 스펠을 종이에 적어 이를 손에 쥐고 무작정 빈 택시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서 아주 작은 택시가 오길래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우고 뒷좌석에 타니 운전기사분이 뭐라고 나에게 묻는 거였다. 눈치로 어디 가냐고 묻는 것이라 짐작하고, 센트로라고 쓴 종이를 보여 주었다. 기사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가서 차를 세우고 내리라는 손짓을 하길래, 지폐를 하나 보여주니, 손에다 40이라고 써 주어서, 20이라 써진 지폐 두장을 주고 내렸다. 그게 택시 값이 40페소인데 20페소짜리 두장을 준 것이었다. 팁도 주었어야 했는데, 당시엔 그걸 몰랐다. 그리고, 통상 이런 경우 대부분 속여서 돈을 더 받아 내는 게 다반사인데,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기사분은 정말 좋은 분이셨다.


내려서 보니 중앙에 광장이 있고 주변엔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성당도 보였다. 주말이고 날씨도 좋아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영화에서 많이 보던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하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별히 감동을 받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단지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양했고, 주변이 음악으로 시끄러웠다.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는 소리도 시끄럽게 느껴졌는데, 더군다나 음악은 더 시끄러웠다. 음악이 더 시끄러웠던 이유는 여기저기서 음악들을 크게 틀어 놓아서 음악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음악과 떼어서는 생활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어디서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처음 멕시코에서 듣는 음악의 인상은 시끄러움이었다. 얼마 후엔 스페인어로 부르는 노래들이 너무나 좋아져서 주로 스페인어로 된 음악들을 듣게 되었지만..


나 역시도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한 카페로 들어서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웨이터가 와서 뭔가를 묻는다. 주문하는 것이겠지 하고 메뉴판을 보면서 카페 아메리카노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여기선 발음이 카페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까페 아메리까노라고 해야 했었던 거다. 조금 있으니 인상 좋은 웨이터가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커피맛은 약간 썼는데 입안으로 들어가서 잠깐 머무니 맛과 향이 너무나 좋았다. 흠이 있다면 커피 잔과 받침이 이 빠진 듯 조금씩 깨져 있는 것이었는데, 멕시코에 살다 보니 고급식당이 아니면 대부분 약간씩은 다 깨져 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분위기는 정말 너무나 좋았다. 우리나라에서와는 다른 뭔가 모자란 것도 같지만 너무나 좋은 이국적 분위기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니 아내와 아이들 생각도 나고 그랬다. 같이 있다면 좋았을 텐테..


커피를 다 마시고 손짓으로 네모를 그리니 알아서 계산서를 가져다주었다. 팁도 줘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 10% 팁 얹어서 현금을 놓고 나왔다. 멕시코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혼돈이 되는 것이 팁을 주는 것이었는데, 보니까 멕시코 사람들은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점심엔 15%, 저녁엔 20%의 적지 않은 팁을 주는데, 한국사람들은 그냥 10%로 통일을 했는지 점심 저녁 구분 없이 10%를 주고 있었다. 커피값을 계산하고 나와서 가게들을 돌아보았다. 품질이 좋아 보이진 않은데, 색상들은 화려 했다. 상점들을 둘러보고, 더 늦기 전에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길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지금이야 우버를 탈 수 있지만.. 당시엔 그런 택시가 있는지도 몰랐고, 전화도 없고, 아직 돈 계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하긴 멕시코 도착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난 시기였다. 택시를 타고 적어둔 주소를 기사 분에게 보여 주었다. 잘 아는 곳인지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출발하여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단지 입구 앞에 세워 주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몇 직원들이 외출에서 돌아와서 거실 테이블(식탁 겸 사용) 주위에 앉아 있었다. 그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고, 직위도 법인장님을 제외하곤 선임이라서 누군가가 상석을 만들어 주었다.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 테이블 끝자락 부근에 앉았다.


한 직원이 어디 다녀오셨냐고 묻길래 센트로에 갔다 왔다 하니, 어떻게 가셨냐고 다시 물었다. 택시를 타고 갔다 왔다고 하니 다신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 한다. 길에 다니는 택시를 아무거나 막 잡아 타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택시기사가 강도가 될 수도 있고, 납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동할 때 택시를 타야 한다면, 경비원에게 부탁해서 택시를 불러달라 하면 단지에서 주로 이용하는 택시회사와 연결될 수 있고, 만약 도심에서 택시를 타야 한다면 호텔에 가서 호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기 전에 멕시코 치안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듣고 알고 왔기에, 순간 섬뜩했지만, 이내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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