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식, 맨 땅에 선을 그었다.

by 구자룡

내가 보는 멕시코는 다 가졌다.


멕시코를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눈다면, 남부에 위치한 푸에블라에서의 주말을 보내고, 내가 근무해야 하는 산루이스포토시로 이동을 하였다. 푸에블라에서는 차로 5-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도시다. 산루이스포토시는 인구 80만 명 정도로 산루이스포토시주의 주도이다. 멕시코 중부에 위치하여 기업으로 보면 물류상의 위치가 탁월하다 볼 수 있다. 푸에블라에서 산루이스포토시로 이동을 하면서 보니 역시나 도로 상태는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 파인 곳도 많았다. 그 길을 속도를 내서 달리는 운전기사분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이 넓은 나라임에도 포장도로가 곳곳을 치밀하다 싶을 정도로 연결했다는 거다.


가다 보면 선인장도 많이 보이고, 사막도 보인다. 나의 경우 미국 LA에서 라스베이거스를 버스로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중간에 본 사막이 전부였다. 이번에 보니 사막이긴 한데 곳곳에 나무와 풀들이 많이 보였다. 사막이라고 하니 사막인 줄 안다고 할까. 넓다. 정말 넓은 땅을 가진 나라다. 부러웠다. 이렇게나 넓은 땅을 가졌다는 자체만으로 경제규모는 GDP 기준 15위다. 만약 멕시코가 우리와 같은 열정과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있었다면, 조금 과장을 붙여서 말한다면,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보는 멕시코는 다 가졌다. 풍부한 지하자원, 피라미드 구조의 인구 분포 (풍부한 노동인구), 게다가 날씨까지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갈 수 있는 조건들을 두루두루 갖추었다. 지정학적 위치도 좋다. 말 그대로 중미에 위치하고 있다. 북미와 남미를 연결 지을 수 있으며, 태평양과 대서양을 모두 면하고 있다. 이런 조건들로 보면 경제 성장의 최적지이다. 살아가면서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경제대국 1, 2위를 다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민 소득이나 경제 성장 등을 보면 거의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경제 성장은 매년 이루어 가고는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더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때론 같이 이동하시는 법인장님과 이야길 하고 하면서, 휴게소에 잠시 쉬게 되었다. 휴게소에서 잠깐 쉬자고 하셔서 한국의 휴게소를 떠올렸다. 팡, 떠올린 이미지가 터지는 소리다. 멕시코의 휴게소는 휴게소라기보다는 주유를 하기 위한 장소인 듯하다. 주유소가 메인이고, 옆에 대부분 옥소(OXXO)라는 편의점이 있고, 간혹 조그마한 식당이나 카페테리아가 있다. 휴게소에서 잠깐 내려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비교적 높다고 생각되는 산에 건설된 도로를 넘어서 산루이스포토시에 도착을 하였다. 내가 머릿속에 담아둔 도시의 그림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다행히도. 조금은 지저분한 모습을 그렸었는데, 도시는 상당하게 깨끗했다. 도로 상태도 비교적 좋았다. 신산업도시의 느낌이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좋아질 것 같은 도시였다. 한마디로 내가 앞으로 몇 년은 근무를 해야 할 산루이스포토시에 대한 첫인상은 좋았다. 지금도 멕시코에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지역을 꼽으라면 산루이스포토시를 꼽는다. 가족들과도 좋은 추억이 많다.


도착과 동시에 착공식 현장으로 이동을 하였다. 공사 현장이 될 착공식 장소는 산루이스포토시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와는 차로 약 40여분 떨어진 공단에 있었다. 도착해서 보니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공단이었다.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모양새다. 공장이 들어설 위치 주변에는 아직 아무 건물도 들어서지 않았다. 우리 공장이 처음으로 공사를 시작하게 되는 모양이다. 착공식이 내일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나는 공사를 책임지고 진행하시는 법인의 부법인장님께 인사를 하고, 먼저 와 있었던 영업부 차장과 통역 및 각종 업무를 진행하는 멕시코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 직원에게도 인사를 하였다. 이 분들은 나중에 나하고 같이 산루이스포토시에 근무하게 된 직원들이다. 지금 와서 보면 정말이지 좋은 추억을 같이 나눈 사람들이다. 말이 인사지 다들 정신이 없어서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악수하는 정도의 인사였다. 오후에 도착해서 한두 시간 있다가 법인장님과 부법인장님, 영업부 차장, 한국인 직원과 같이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현장에서의 식사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어려 웠고, 한 40여분을 차로 다시 이동하여 식당에 도착을 하였다. 퓨전 오리엔탈 음식점이었는데, 7시경이었다고 기억한다.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우리 직원이 설명을 해 준다. 7시는 멕시코 기준으로 보면 저녁시간으로는 이른 시간이라 한다. 한 8시는 되어야 시작이 되고,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긴다고 한다. 음식은 대체적으로 많이 짜서 먹는 걸 미적대고 있었는데, 나만 느끼는 건 아닌지, 통역을 담당하는 직원이 다음 메뉴 주문을 할 때 소금을 적게 넣어 달라고 식당에 요청을 해 주었다. 소금을 적게 치니 그래도 조금 짜기는 했지만 먹을 만은 했다. 어느 정도 간만 맞았다면 맛있었다고 해줄 만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기존에 먼저 와 있었던 직원들은 착공식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다시 공사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나 역시 이제부터는 여기서 근무를 해야 하고, 내가 근무하고 판매를 진행할 공장을 짓는 일인데, 먼저 들어가겠다고 할 수는 없어 같이 가기로 하였다. 법인장님도 최종 점검을 하시려는 것인지 같이 가자고 하셨다. 다 같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맨땅에 선을 긋고 있었다.


착공식이나 이런 행사를 하게 되면 손이 많이 간다. 더군다나 조직 생활을 하면서 의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오기 전부터 착공식을 준비해온 부법인장님과 직원들이 착공식 준비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 안다. 전에 본사에 근무할 때 이런 착공식, 준공식 행사 준비를 해본 적이 있다. 이벤트사 수배부터 착공식장 레이아웃, 귀빈 차량 배차, 참석자 명단 정리, 축사 원고 등등 끊임없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나온다. 물론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오래전부터 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준비를 해가야 한다. 내가 이번 착공식 준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고생했다는 건 알 수 있다. 식장에 도착한 후,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았다. 밤이 되었기에 임시 발전기를 설치하여 불을 밝혀 두었다. 주변은 벌판이었으니 따로 돌아볼 일은 없었고, 천막을 설치하여 준비된 식장을 돌아보았다. 준비는 꼼꼼하게 잘들 하셨고, 명일 식을 거행하는 일만 남은 듯했다. 그렇더라도 VIP 테이블 세팅부터 다시 점검하고, 내방객 의자 상태도 점검하고 최종 점검이 이루어졌다. 자정을 훨씬 넘어서 최종 점검을 마치고 게스트하우스로 이동을 하였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고, 명일 착공식을 마치면 환영 식사 및 뒤풀이를 하기로 하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질 않아서 인지 새벽에 깨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다들 같이 식사를 하고 착공식장으로 이동을 하였다. 식이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서 다시 점검할 것들을 점검하고, 귀빈의 도착을 확인하고, 주지사의 이동을 체크해야 하고 여전히 할 일들이 계속되었다. 본사 임원, 고객사 귀빈들 그리고 주지사께서 다들 도착하시고, 시간이 되어 식이 시작되었다. 착공식은 준비를 워낙에 철저하게 했으니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본사 임원, 시장, 주지사의 축사가 이어졌고, 테이프 커팅 행사도 있었다. 착공식을 마치고, 착공식장에서 역시나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호텔로 이동하였다. 게스트하우스, 호텔, 식당 등이 같이 모여있는 지역이다. 착공식장은 주변이 벌판이라 먼지도 많아, 착공식의 뒤풀이 오찬은 호텔 행사장에서 진행되었다. 오찬을 마치고, 본사 임원도 이동을 하시고, 다들 인사를 나눈 후에 최종 정리되었다. 우리는 직원들과 서로가 고생했다는 인사를 했고, 그날 밤에 따로 나의 환영식 및 자축 식사를 하였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부터 나의 멕시코 근무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햇반과 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공사현장으로 이동을 하였다. 정확하게는 공단 한 모퉁이에 위치한 임시 사무실로 이동을 하였다. 도착해서 보니 멕시코 사람들로 보이는 직원들이 있었다. 한 5~7명 정도로 기억이 되는데, 통역 직원의 소개로 인사를 하였다.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당시엔 이름을 들어도 이름이 들어오지 않고 했지만, 서두르지는 않기로 했다. 직원들과 인사를 마쳤다. 임시 사무실 장소가 협소하여 넓은 회의용 탁자를 직원들이 나누어 쓰고 있었다. 나는 영업부장으로 와서인지 책상 하나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직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정착에 필요한 비자 관련 서류 준비도 해야 하고 해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다른 직원들은 다들 바빠 보였고, 영업부 차장에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아직은 정리와 시차 적응을 먼저 하시라 한다. 고마웠지만, 시차적응이야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고, 비자 서류도 전화와 이메일로 하고 있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은 아니라서 업무를 하는 게 낫다고 차장에게 이야길 했다. 그러자 차장이 공사 현장에 가서 현장 소장님과 건설사 직원들하고 인사를 하자고 한다.


공사 현장엘 가니 한쪽에서는 바닥 공사를 위한 당을 파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맨땅에 선을 긋고 있었다. 말 그대로 맨땅에 선을 긋고 있었다. 나는 건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예 모른다고 해야겠다. 물론 건설을 하는 거야 보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도 없고, 내가 밟고 있는 땅에서 이렇게 가까이서 공사를 처음부터 하는 걸 본 적도 없었다.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데, 소장님이 사무실 (사무실이래야 컨테이너 박스다.)에 가서 커피를 한잔 하자고 하셔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그냥 컨테이너 박스였는데, 막상 들어가니 책상도 있고, 창문도 만들어 놓았고, 화이트보드도 있고, 컴퓨터도 설치되어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고, 밖에서 보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봉지 커피를 내오셔서 같이 마시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하니, 소장님께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이 있었다. 건설사는 한국 회사에서 멕시코에 법인을 개설한 회사였는데, 소장님과 밑에 관리하는 직원 몇 명은 한국사람들이었다. 다들 인사를 했는데, 통상 건설하면 - 철강도 그렇겠지만 - 다소 거친 이미지가 있는데, 거칠다는 것과는 다들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는 내가 속해 있는 철강도 그렇다. 내 주변에 거친 사람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입사 초기엔 거칠다는 분들도 계셨는데, 시대가 변했다. 나도 스스로 거친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거칠게 보이지도 않고, 실제로 거칠지 않다. 그래도 철강 장사한다. 예전처럼 그렇게 장사하던 시대도 갔다. 고객사도 공급사도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는 거다.


공사는 2008년 올해 안으로 마무리가 될 예정이다. 맨땅에 선 긋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무리가 될 때까지, 그리고 이후로도 쭉 얼마간 나는 이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열심히 나의 최선을 다해 가겠다. 우리 법인이 멕시코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고 발전해 갈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겠다. 이렇게 나의 각오와 함께 시작되었다. 내일부터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런저런 사유로 업무 시작을 미루다 보면 멕시코에서 자리 잡는 일이 그만큼 멀어짐을 의미한다. 직장인은 일을 신속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게 맞다. 공사 현장을 둘러본 후에 다시 차장과 함께 임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우선은 영업부 직원들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페인어로 된 이름을 외우는 일은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엔 몇 명 되지도 않은 직원들이고 해서 금방 외워 부르게 되었다. 영업부 직원들을 모아서 다시 인사하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당부 이야기도 한 후에 오늘 업무 시간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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