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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Nov 25. 2019

출퇴근하는 개(2)

저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요 10

혁구가 사라졌다.


채팅방에 올라온 사진에는 개는 없고 목줄과 연결하려고 매어 놓은 고리 한쪽만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친구에게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하고 바로 택시를 잡았다.


채팅방은 난리가 났다.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혁구를 봤다는 사람이 있었다. 채팅방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산책을 하러 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가 데려 간 걸까? 아니면 풀어준 걸까? 왜...? 불쌍해 보여서? 택시 안에서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누군가 데리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몇 군데에 연락을 해 봤지만 혁구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혁신파크라는 큰 울타리 안이라면 실외에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이 후회로 밀려와 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혁신파크에 도착하니 몇 분들이 혁구를 찾고 있었다. 나도 혁신파크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혁구는 보이지 않았다. 혁구가 자주 나타났다는 근처 놀이터에도 가 봤지만 헛수고였다. ‘이 모퉁이를 돌면... 혁구가 나타나면 좋겠다’ 저만치 앞서 있는 마음을 따라 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모퉁이에는 개 그림자도 지나갈 수 없는 텅 빈 어둠만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과 마음은 지쳐갔고, 혁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릴 때마다 기대는 하나씩 부서졌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CCTV를 확인해 볼 수 있을까, 내일 사람들이 출근하면 물어볼 만한 사람이 있을까, 날이 밝는 대로 북한산 쪽으로 가 볼까... 혁구를 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무작정 돌아다니며 찾는 것뿐이었다. 어느새 10시가 넘었고, 날은 이미 너무 어두웠다. 오늘은, 오늘은... 더 찾을 수 없었다. 정말 마지막으로 ‘혹시 돌아오지는 않았을까’하는 마음에 딱 한 번만 더 확인하자고 임시 거처로 갔다.


그때, 멀리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혁구 아닐까?’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혁구가 맞았다. 혁구는 산책 나온 다른 개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얼른 다가가 혁구를 잡았다. 혁구는 잠자코 붙들렸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어 보였다. 낮에 급하게 플라스틱 카드를 잘라 만든 표식도 목줄에 고스란히 달려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알 리 없는 혁구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표정이었다. 혁구를 보니 침착하려 애쓰며 꾹꾹 눌러 왔던 것이 터져 울컥 눈물이 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어디에 간 거냐고, 어떻게 된 거냐고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혁구에게 쏟아냈다. 채팅방에 혁구를 찾았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개를 다시 임시 거처에 두기 불안했는데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분이 혁구를 재워 주시겠다고 했다. 혁구는 따뜻한 집에서 간식을 먹고 곤히 잠들었다.

 

나는 어제 혁구와 함께 밤을 보냈던 내 방으로 돌아왔다. 만약 오늘 혁구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멀었을까, 이 텅 빈 방이 얼마나 아프게 보였을까 생각하며 걱정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비가 와도 간다, 산책! ⓒ bic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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