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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Mar 30. 2020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1)

저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요 28

혁구를 돌보기 시작하고 한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개를 키우는 걸까?”


혁구를 만나서 개에 관심을 두게 되자 개가 정말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나다니는 길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하루에 몇 번씩 마주쳤다. SNS나 유튜브에는 개와 시간을 보내는 일상의 모습이 가득해서 보다가 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반려견이 주인공인 텔레비전 방송이나 웹툰도 인기가 상당히 많았다. 개를 키우는 사람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나 싶었다. ‘반려인구 천만시대’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실감이 났다.


개를 키우는 데는 손이 참 많이 간다. 밥을 챙기는 것이나 양치, 목욕 같은 기본적인 돌봄은 물론이고, 매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해야 한다. 대소변도 치워야 하고, 이래저래 냄새도 난다. 거기에 ‘인간의 집’으로서의 청결과 질서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품이 든다. 개가 물건을 물어뜯거나 어지럽히면 정리는 인간의 몫이고, 쉴 새 없이 날리고 빠지는 털을 완벽히 청소하기란 불가능하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개가 짖어서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개를 혼자 두고 집을 오래 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든 데려갈 수도 없다. 크고 작은 돈도 꾸준히 나간다. 개뿐만 아니라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동물이 없을 때와 다르게 생활에 여러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을 키운다. 위에 늘어놓은 모든 결점을 문제 삼지 않고 자신의 삶과 공간, 자원을 동물과 나누기로 결정하며 동물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왜 사람들은 동물과 함께 살기를 자처할까?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에는 이러한 손해를 메울만한 큰 이익이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자신에게 커다란 사랑을 주고 자신의 곁을 지켜준다고 말한다. 그 사랑은 한결같고 조건이 없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것으로 사람들은 안정과 기쁨, 행복감을 느낀다. 반려동물과 사람은 삶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동료다. 친구이고, 또 가족이다. 그렇게 유대감을 갖기 위해 동물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정서적인 이익’을 예측하고 기대하면서 동물과 함께 사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반려동물에게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동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듯 사람들도 동물을 아끼고 무한히 사랑한다. 진정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로 동물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며 마음을 나눈다. 마치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고 본성인 것처럼 말이다.


방금 산책을 갔다 왔지만 또 나가고 싶은 눈치다. ⓒ bic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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