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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Dec 13. 2024

하루는 늦게 잠을 청해보았다.

새벽작문인간 생활 3주차에 들어설 때쯤, 계속해오던 고민거리가 다시 한 번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잠을 청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생활이 계속 되다보니, 아내와 소소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 


아내는 나의 이런 생활습관을 응원해주고 있었기에 별다른 불평불만의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거실 쇼파에 홀로 앉아 있는 아내를 두고 혼자 아이 곁에 몸을 뉘어 잠을 청할 때마다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거실에 켜진 낮은 음량의 티비 소리는 일찍 잠을 청하는 나를 배려하는, 편히 잠을 청하라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매일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그러다 하루는 불편한 마음을 걷어내려고, 아내와의 대화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따뜻한 차 한잔과 간편히 주워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들과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그동안 하지 못한 일상의 대화들을 나누었다. 아내는 다양한 일상의 에피소드와 크고 작은 해프닝들을 쏟아냈다.

마치 한 3년 정도 못보았던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이미지 출처 : Canva)


별다른 내용이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헤헤호호 웃으며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의도치 않게 스며든 내 생활패턴의 변화가 이런 아내의 즐거움을 앗아가고 있는것은 아닐까


그날밤은 새벽 1시가 넘을 때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다 늦은 시간에 잠들었다. 오늘은 그냥 푹 자고 일어나겠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매일 일어나던 시간 패턴이 있다보니, 늦게 잠을 청했음에도 새벽 4시 정도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하지만 근무시간의 컨디션을 생각해 다시 그대로 잠을 청했다. 바로 다시 잠이 들 수 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하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는데, 1분도 안되어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7시 정도에 눈을 뜨고 일어나 예전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침에 글쓰는 루틴은 깨졌지만,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던 근심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오래 묵혀둔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랄까... 루틴이 깨지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만약 자책하고 실망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새벽 글쓰기 루틴을 고수하는 쪽으로 바로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아내와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지 출처 : Canva)


생각이 많아진다...


좋은 기회가 찾아와 새벽 글쓰기 습관을 가지게 되었는데, 삶의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가는 느낌이랄까...


하루 아침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긴박한 사안은 아니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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