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일 잃었다... 아니, 10분을 얻었다.
새벽 작문 인간 생활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되었을 때였다.
자다가 문득 개운한 느낌이 들어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였다.
새벽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알람을 새벽 4시 10분에 맞춰 놓고 자고 있었다. 4시 정각에 맞춰놓는 것은 너무 정직해 보여 이유 없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고, 10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조금 더 자고 일어났다'는 느낌을 주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 날은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인 4시에 잠이 깨어 일어났고, 세수를 하고 나오니 휴대폰에서 래디얼 사운드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을 끄고 여느 때와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써내려 갔다. 비록 계획보다 10분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주어진 새벽의 짙은 몰입 시간은 여전히 세상이 내게 준 귀한 선물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4시 10분의 알람을 듣지 못했다. 알람은 계속해서 4시 10분에 맞춰 놓았지만, 4시가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작 루틴은 어느새 10분 뒤에 울릴 알람을 끄는 것이 되어있었다.
사람의 몸은 참 신비롭다. 일상의 변화에 이리도 빨리 적응하다니...
자연스레 찾아온 신체의 반응결과가 나 스스로 설정해 둔 10분이라는 여유 수면 시간을 앗아간 것 같아 다소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10분의 시간에 한 문장을 더 읽고, 한 문장을 더 쓸 수 있는 시간을 더 주었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그 또한 고마운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문득 시간을 극도로 쪼개어 쓰던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았다. 공부를 할 때, 바쁜 일을 처리할 때에도 시간을 쪼개어 쓰긴 했지만, 가장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었을 때는 군대에서의 훈련기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나는 해군 장교로 입대하여 당시 11주간 훈련을 받았었는데, 각 과업이 끝나고 다음 과업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15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이 어떤 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시간에 세탁을 해야 하기도 했고, 샤워를 해야 하기도 했고, 세탁과 샤워 등 모든 것을 그 시간 안에 해야 하기도 했다. 물론... 자다가 일어나 훈련관이 요구하는 복장으로 환복하고 연병장에 집합을 완료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것은 15분 안에 완료해야 했다. 이 때는 15분이 아니라 5분이라는 시간만 주어져도,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5분, 10분... 이런 시간들을 그동안 허투루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벽의 그 소중한 10분을 선물받은 것 같은 그 느낌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많은 변화들이 자연스레 찾아왔다.
어느 날 의도치 않게 일찍 잠이 들었고,
새벽에 눈이 떠졌고,
다시 잠자리에 들지 않고 글을 써보았더니 좋았고,
이 루틴을 계속 가져가고 싶어 새벽 알람을 맞추어 자기 시작했고,
더 이상 알람을 설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이런 변화엔 큰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기에...
이 새벽 작문 인간의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