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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바토 Sep 26. 2020

나의 벽 개수는 몇 개일까

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아마도

만남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만남을 원했다.

매번 만나자는 말에

다음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이런 말들을 듣게 되니 누군갈 만나야 된다는

집착도 사라지고 욕구도 사라졌다.

혼자 있는 게 편했고 굳이 마음 쏟을 일도 없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키우며

아이 친구를 찾게 되었다.

매일 혼자 노는 것보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직 아이가 어려 아이 친구를 찾기 위해선

엄마 모임을 찾게 되고 익숙지 않은 상황에 자꾸 빠져들어갔다.

피하고자 했던 일들은 어떻게 매번 변하지 않는다.


만나자는 연락에 좋은 만남이 유지되는 건

몇 달 채 못가 끝이 난다.

내 상태, 상대방의 상태, 거기에 아이들 상태까지.

그리고 인원이 많을수록 서로의 의견 충돌.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마찰이 생기고 서운함이 싹튼다.

그러다 보면 그 모임은 끝이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둘이 되어 굳이 친구를 찾지 않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친구를 원한다.

오면 가면 익숙해진 부모들과의 교류로 만남이 이뤄진다.

서로 다른 양육방식과 사고 관념 차이는 유아 때 보다 더 짙어진다. 어렸을 땐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되지만 이제부턴 인성과 교육 등 복합적 문제다.


사람마다 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뿐.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 하지만 그 간극에서 오는 차이는 이미 벽이 생겨버린 어른들에겐 힘겨운 일이다. 똑같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싶을 만큼 비슷하면서도 다 다르다. 그렇게 쌓인 마음의 각질은 염증이 되어 마음을 깊게 도려내야 된다.


바라는 점을 얘기하기도 조심스럽다.

서로의 체면과 그 말로 인해

벌어질 일을 고민하며 묵혀둔다.

그렇게 서로 지쳐간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이 품에 안고 산다.

새로운 만남도 어렵고 알던 사이는 더 어렵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만남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수용되고 조정되는 사이를 바라지만 이미 너무 많은 벽이 존재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벽은 늘어만 가는 걸까?

오늘도 이렇게 벽을 하나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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