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로또 한 장 사고 싶은 날이 있어. 나도 안 될 거라는 건 잘 아는데, 오늘은 왠지 평소와 달랐으면 하는 날 있잖아. 그런 날에는 그냥 헛된 희망 한번 품어보는 거야. 낙첨될 때까지는 당첨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너는 그런 날 없어? 그냥 오늘 하루가 답답해서 뭐라도 하고 싶은 날. 그런 날이면 맥주 한 캔이라도 마셔야 잠들 수 있을 거 같아. 아니면 밤새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가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야 하더라고. 그런데도 나는 반복되는 하루가 싫어서 최대한 늦게 잠들려고 했던 것 같아. 아마 이런 하루가 내일도 찾아올 테고, 별다른 일 없으면 앞으로도 그대로일 테니까.
잠에서 깨면 어제와 같은 하루가 시작돼.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가끔은 너무나 당연해서 답답할 때가 있어. 다 그만두고 멀리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보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겪는 것 같은데, 또 어떤 때는 나만 불만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잘 생각해 보면 어제와 다른 일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말이야.
어쩌면 나는 자꾸만 특별한 일들만을 쫓고, 정작 중요한 것들은 잘 못 보고 지나치는 것 같아. 주변 사람들한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평소에 미뤄뒀던 작은 계획을 실천하는 것도, 가족들에게 오늘 하루 잘 보냈냐고 묻는 것도 다 특별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우리의 하루하루는 모두 소중한 날들인데, 그저 내가 내 안의 특별함을 잘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런데 아무 일 없던 것 같은 하루도 이상하게 피곤하잖아. 잠은 잤는데 눈꺼풀은 무겁고, 딱히 별일 없었는데도 마음은 축 처져있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작은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지 않고. 딱 짚어 말할 수는 없는데, 그냥 또 하루가 똑같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지치곤 해. 그런 감정들이 하루하루에 은근히 묻어 나올수록, 우리의 특별함을 감지하는 센서가 조금씩 무뎌지는 것만 같아.
그러니 오늘 하루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져도, 네가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만이 가지고 있는 사소한 습관, 너만의 다정한 시선과 따스한 마음, 그런 작은 부분들이 결국 너를 특별하게 해주고 있으니까. 사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특별한 사람들인데, 다만 그걸 자주 잊어버리고 살 뿐인 거야. 네가 귀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거, 오늘 하루는 다시는 없을 날이라는 거. 그 사실을 소중하게 여겨주길 바라. 고생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