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사를 몇 번 겪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듯이, 너무 괴로운 일은 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거. 내게 안 맞는 일을 무작정 하면서 꾸역꾸역 버텨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거. 일이 힘든 건 당연하다거나, 원래 다들 참고 다닌다는 말은 위로를 가장한 무시라는 거. 버틴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 일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이 회사를 더 다닌다고 해서 이력서 한 줄 더 채우기 어려울 거라거나, 연봉협상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거라거나,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제자리에서 쳇바퀴 돌리고 있는 기분이 들어. 일이 힘들고 말고를 떠나서 내 노동의 가치가 너무나 낮게 정해져 있고, 그렇다고 낮은 연봉을 대체할 다른 좋은 점이 있지도 않을 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업무 시스템에 숨이 막히고, 직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꾸만 무력해질 때. 그럴 때마다 내가 최저시급 인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이상 한숨 내쉬는 것만으로 버틸 수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거야.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박차고 나오라는 말은 아니야. 버티는 이유는 다양하잖아. 그만두고 더 나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어서,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어울려야 한다는 게 두려워서, 지금 지내는 사람들과 멀어지는 게 아쉬워서, 지금 그만두면 남는 게 없을 거 같아서, 나조차도 그만둘 준비가 안 됐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또 가끔은, 시간이 지나면 정말 괜찮아지는 일들도 있으니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해낼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하잖아. 버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좀 더 기다려 볼 수도 있겠지. 그 밖에도 너만의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고 있을 거야.
나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면 그건 너의 감정이 보내는 분명한 신호일 거야. 그게 다른 사람들의 기준엔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아 보여도, 아니라고 느낀다면 멈추어야 할 때인 거지. 하지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잠시 눌러두고, 조금 더 버텨보겠다고 결심했다면 그것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겠다는 신중함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되어줄 테니까.
퇴사를 앞두고 많이 불안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불안함 속에서 진짜 원하는 걸 조금씩 알아갈 수도 있어. 퇴사 후에 마주할 백수의 시간도, 어쩌면 오랜만에 숨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고. 다만 어떤 결정을 하든,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든 선택은 불확실과 불안의 연속이겠지만, 무수히 많은 길로 뻗어있기도 하거든. 세상에 회사들도 많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다? 너는 그저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면 되는 거야. 내가 네 선택을 조용히 응원할게. 오늘은 조금이나마 덜 불안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