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존감도 악습일까요?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자존감

가족관계는 악습이다. 가족 간에 좋은 습관이든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는 기분 좋은 습관이든 모든 것은 대물림되고 오늘이 내일이 된다. 

엄마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인 내가 커가는 것은 당연할 사실입니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깨닫고 성장하며 드디어 사람이 되지요. 돌이켜보면 낯 뜨겁고 지우고 싶은 과거가 한 움큼은 넘으니 엄마인 저도 이제 철이 드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 자존감 낮은 주부가 살아가기란 육아가 보통 고되고 힘듦이 아닙니다.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성장의 욕구가 클수록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기에 육아도 그저 되는 데로 말아 버리지 못합니다. 육아서도 보며 나를 돌이켜도 보며 울며 웃으며 시간은 가니 아이도 크고 엄마도 크더 라구요. 뭐든 잘할 수 없는데 뭐든 잘하고 싶고 완벽하지 못 한 사람이 완벽한 척을 했으니 마음의 부대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존감이 더 바닥을 칠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한 명일 때와는 다르게 둘째가 생겨나면 엄마도 생활면에서 유해지는 면도 있지만 둘은 둘이기에 엄마는 두배만 힘든 것이 아니라 세배 네 배가 더 힘든 상황은 매번 엄마를 시험에 들게 하지요. 

큰 아이 20개월 무렵 중국에 살게 되었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남편은 출장이고 중국의 타국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 다른 곳으로 또 출장을 갔습니다. 아이와 둘이 남겨진 나는 놀이를 해준다며 그림놀이를 해주곤 했고 전지를 펴놓고 물감놀이를 하며 아이의 천재성을 혼자 느껴 감동받고 나는 물감놀이를 해주는 엄마라는 자부심까지 챙겼고 그렇게 아이와 실컷 놀이 끝에 쉬고 싶은 그저 평범한 엄마였습니다. 그렇게 해주고는 그 어린것에 나는 엄마의 힘듦을 눈빛과 말로 했던 것입니다. 지금이라면 방법이 그게 아니란 것쯤은 아는 엄마이지만요.

지금 아이가 큰 성인의 키로 컸고 아이는 아직도 마음을 바라는 눈빛이나 제스처를 합니다. 유독 요즘 어릴 때가 생각나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마음을 헤아려 주고받아주지 못한 자책을 잠시 합니다. 오래는 안 합니다. 그것도 이젠 연습이 되어 잠시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정도로 끝내려고 합니다. 

그저 예쁜 아들 두 명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연하지요. 커가는 아이들이고 그것도 과정이니까요. 엄마가 처음이라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변명 같은 변명거리 조차 말하기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봅니다. 

의견과 의견이 다르고 말하고 듣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하다가 오늘은 서로의 방향도 나의 마음도 남편과 아들의 마음도 보이더라고요. 왠지 모든 실타래가 한 방향으로 풀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편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남편의 마음도 헤아리고 아들의 마음도 헤아려지니 내가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무슨 마법의 방망이라도 쓴 것처럼 훤히 보이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나의 자책으로 가져가고 그저 내가 라는 생각을 하거나 끝까지 이야기를 해 설득을 하려 했을지도 모를 내가 관점을 달리한다는 것에 머리에 빛이 났습니다. 

아! 이거구나. 

내 마음이 품을 수 있는 그릇으로 큰 것도 아니고 나는 그대로이지만 관계 속에 내가 만든 나의 천을 거둬낼 용기가 생겼습니다. 내가 오늘 이후로 조금 더 나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은 한결 더 가벼워지고 아이와의 이 시간을 내가 진정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에 똑같아 보이지만 엄마로 돕고 싶고 서로가 하고 싶은 일들의 지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존재 자체로 사랑한다는 말에 17년이 걸린 것일까요? 나도 그런 줄 알았고 꾀나 건방진 엄마였더라구요. 

내 마음 챙김으로 홀로서기는 더 앞으로 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