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ㅣ 콜린 윌슨ㅣ 범우사
지난 2월 속초의 밤, 바다를 곁에 두고 여자 셋은 둘러앉아 글을 썼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애관은 무엇인가 하고. 알밤은 편의점에서 닿지 않은 물건을 내려주던 손길과의 우연한 만남을, 다라는 돈가스의 마지막 한 점을 내밀던 손길의 다정함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클레어의 세계엔 편의점과 돈가스, 손길이 없었다. 그 어떤 단일의 주류 없이, 국적과 외모와 나이가 다른 저마다의 생각이 안전하게 공존하는 관념의 고향을 그녀는 제 발로 찾아왔다. 불치에 가까운 편식과 그로 인한 질타에 지친 불안이 한 모금씩 피워내는 희망을 포착하는 누군가의 시선, 그녀는 오직 그것을 원했다. 그러나 그 눈길은 그녀가 이 세계에 길들여지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내면의 외침. 이것은 연애인가 구도인가. 판타지에서조차 적응을 거부하는 인간, 나는 아웃사이더다.
'헬로, 유니버스'. 파이썬을 배울 때처럼 수줍은 명령어를 입력해 본다. 일상의 사소함에 겁 없이 비대해진 자아는 대영박물관의 열람실을 떠도는 일군의 유령들 앞에서 한 없이 왜소해진다. 아, 혼자이고 싶어도 혼자일 수 없는 버거운 유산의 무게여. 콜린 윌슨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8년간 수집했던 마력의 계보는 어딘지 익숙한 이름에 붙들린 독자들에게서 달콤한 외로움을 앗아간다. 그는 정녕 프로페서 엑스일까 또 하나의 엑스맨일까. 이미 닿을 수 없는 극단에 선명하게 새겨진 대선배들의 발자국은 우리 존재의 허탈함과 함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일깨운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도전적인 상상은 만약 이 모든 유령들이 한 시기, 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면 그들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아웃사이더로 이뤄진 그 세계의 이름은 무엇이며 그들은 과연 서로를 알아보고 친구로 여길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팽배한 그 거리에도 결국 피라미드는 세워지고 인사이더는 등장하지 않을지. 그렇다면 끝내 처절한 개인으로 살아남을, 최후의 아웃사이더는 누구일까.
그런데 인과 아웃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계인가 시선인가. 한때 나의 정체성은 경계인간이었다. 내 안의 울렁임을 느끼면서도 세상의 시선 또한 끊임없이 의식하는 인간. 스스로 빙의된 타자의 눈으로 정상, 보통, 평균이란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자신을 검열하는 사람.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적어도 '나'라는 기준 안에서 나는 언제나 인사이더라는 걸. 아웃사이더를 규정하는 그 시선을 가끔은 의심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을 어느 눈 맑은 이는 일찍이 썼다.
관념인에서 생활인으로, 다시 생활인에서 관념인으로 무한 루프의 궤도를 따라 여전히 나는 일상을 여행 중이다. 생텍쥐페리의 파일럿 22년, 카프카의 보험국 회사원 14년을 되뇌면서. 이제 더는 아웃사이더라는 익명에 숨지 않기 위해 '쓰는 존재'의 이름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아보려 한다. 이것이 자기 보존의 본능과 생존을 건 세상과의 대결 앞에 무너지지 않을 유일한 약속일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