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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쥬 Oct 22. 2021

왜 이렇게 일을 해?

나는 왜 이렇게 일을 못 할까?


취업준비를 하며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진단을 내렸던 직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들어간 쇼핑 애플리케이션 회사..! 인터넷 쇼핑도 별로 하지 않던 내가 이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실 나의 회사 초반 과정은 생각보다 즐겁고 설렜다. 첫 출근날, 내 자리에 회사 노트와 새 펜이 놓여 있었고, 최신 노래를 틀고 업무를 하는 분위기부터 나이대가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 좋았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수평적이고 역동적인 회사에 취업한 것만 같았다.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그래도 나의 초기 목표는 잊지 않았다. 인턴 기간을 통해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어느 정도 쌓고 바로 나오자 는 목표로 일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일이 어느 정도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포토샵으로 광고 배너를 제작하고, SNS 콘텐츠 제작을 위한 촬영을 하고, 새롭고 인기 있는 소재를 찾는 모든 과정이 재밌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일을 배우면서 동시에 이직 시도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퇴근하고 피곤에 절어있는 상태로 또 출근한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준비를 하면 된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 정도로 확실하고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대기업 채용공고는 계속 붙들고 있었고 인적성 스터디에 매주 갔다. 하지만 계속되는 서류 탈락과 늘지 않은 인적성 풀이 실력.. 거듭되는 이직 실패 속에서 어느새 정규직이 되었고 그렇게 1년 가까이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계속 일하다 보니 회사에 대해 알게 된 건 대표님과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막강한 팀장님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팀장님은 정말 성실하고 솔선수범하고 일도 잘하시는 분이었다. 나이도 젊어서 요즘 트렌드도 빠르게 캐치하고 제품 포장과 같은 일에도 적극적으로 직접 움직이시는 '일잘러'였다. 하지만 직무 능력도 애매하고 사람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내게는 버거운 분이었던 것 같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다른 두 직원을 특별히 대우하시는 게 느껴졌고, 나도 그런 팀장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출퇴근길에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핸드폰을 붙들었고, 다른 직원에게 많이 질문도 하고, 팀장님께 개인 면담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시간도 확보했다. 하지만 실력은 늘지 않는 것 같고 팀장님께 혼나는 일은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정규직이 되니 이제 사수가 퇴근하지 못하면 칼퇴는 꿈도 못 꾸는 분위기가 되었다. 팀장님께 인정받고 싶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직속 사수는 나를 열심히 가르쳐주기에는 자신의 앞길도 너무 막막한 분이었다. 일에 대해서 질책을 받는 상황일 때 자신이 책임지기보다 어떻게든 나에게 일을 넘기고 싶어 했고, 그것이 항상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점점 자신감과 자존감은 낮아져 갔다. 출퇴근 길이 너무 고통스러웠고 주말에는 일 생각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내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만한 생각도 들었다. '나는 더 큰 물에서 일해야 한다. 이런 작은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보다는 회사 네임이 더 알려지고 직무도 그럴듯한 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 다른 대안은 대학원이었다. 나의 학적을 더 업그레이드시켜 여기보다는 더 나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퇴사 사유를 가지고 퇴사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Photo by GRA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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