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쥬 Oct 22. 2021

내가 뭘 잘하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에게 던진 질문


결국 그 시간이 오고 말았다.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냉정한 사회에 어필해야 하는 취업 준비 시즌이  것이다. 공백기에 대한 걱정 때문에 대학교 졸업 전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라는 서류를 작성하며 수많은 질문들에 부딪쳤다.


‘내가 뭘 잘하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도대체 뭐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강남에 있는 취준 스터디를 다니며 찾아나갔다. 기업 분석, 자소서 분석 및 피드백 등을 했다. 일단 주변 사람들 모두가 도전한다고 하는 주요 대기업들을 기준으로 ‘자소설’을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가 썼던 자소서로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았을 때 그 부끄러움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나는 분명 열심히 경험을 쌓으며 살아온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주눅이 드는 거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와 그들이 살아온 과정을 보며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얼마나 실속 있는 인재들이 많은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문과가 지원할 수 있는 직무가 너무 한정적인 것을 깨닫고 좌절했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인문계를 선택하겠지만, 이렇게 공대 쪽 분위기와 달라도 되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대 전공 취준생들도 그 과정이 힘들지만, 확실히 사회적 분위기는 공대 쪽이 유리하다.


내가 작성한 자소서를 보고 디지털 마케팅 쪽으로 직무 설정하면 될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어필해라 등의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지만 내 고집이 너무 강해서인지 납득이 잘 안 되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합격 자소서에서도 이런 논리가 설득력 있다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얘기하다 보니 그 내용에 맞춰 자소설을 완성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안의 이 의문은 계속 사라지지 않았다. ‘대기업에 그렇게 가고 싶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뭘 위해서 이 소설을 작성하고 있는가?’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고 공감이 되는 소리일 수도 있다. 물론 대기업 연봉도 좋고, 첫 시작으로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쌓아나가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생은 너무 긴데 ‘이 길을 가는 게 안정적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나를 끼워 맞춰 나가는 것이 많이 이상하고 부대꼈다.


물론 그때 작성했던 자소서를 시작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스스로 납득이 안 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도, 취업을 해야 스스로 먹고살아나갈 수 있으니까 해 나갔다. 그리고 스터디를 통해 나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진단을 내렸던 ‘직무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한 쇼핑 애플리케이션 회사의 마케팅 인턴을 지원했다.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일이었으며, 이벤트 기획도 할 수 있는 재밌어 보이는 직무였다. 대학생 때 친구한테 포토샵 과외를 받았던 적이 있고, 아주 졸속으로 배웠지만 영상을 제작해 발표해야 했던 수업에서 영상편집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경험과 주 전공도 아니었던 마케팅 수업에서 얕게 배운 지식을 어필해 지원했는데 합격을 한 것이다! 확실히 내가 잘해서 뽑힌 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소서에 나의 애매한 경험과 능력을 ‘있어 보이게’ 잘 포장하도록 도와주신 김** 스터디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




30명 정도의 규모의 기업이었고 여기서 정규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기에는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턴 2개월 동안 직무 역량만 쌓고 나오자는 목표로 회사에 들어갔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


이전 02화 대학 가면 다 해결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