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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쥬 Oct 22. 2021

저 이만 퇴사하겠습니다.

두근두근 퇴사 선언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두 번째 회사 퇴사 이유와 마찬가지로 사람 때문이었다. 권력자였던 팀장님은 무언가를 지시하시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시지는 않았다. 이걸 내가 적극적인 질문으로 커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부분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가르쳐주지도 않고 실수하면 저렇게 노발대발하시니.. 그런 상황 때 사수는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하니 부사수인 나는 항상 낭떠러지에서 곧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안 하던 잔실수가 더 늘기 시작했다. 항상 눈치를 보며 나는 직무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니 남들보다 몸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들이라도 잘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그래도 부족한 나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고 뭔가를 맡기려고 한 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대학원을 가기로 결심한 데에는 학적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이 학교의 이 과를 나오면 어딜 가서든 인정받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참 쉽게 했다. 어쩌면 어떻게든 그때의 상황을 탈피하고 싶은 발악이었을지도.. 그리고 내가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데 퇴사 사유를 대답할 때 꼬리 질문이 없을 것 같은 가장 좋은 명분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드디어 결전의 날..! 퇴사 선언을 하기로 정한 날은 금요일이었다. 금요일이 전체적으로 기분이 괜찮은 날이고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난 뒤 마음이 후덕해져 있을 시간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전날부터 어떻게 퇴사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에 대한 시나리오를 계속 되씹으며 머릿속에 새겼다. 하지만 정말 말이 안 나오더라.. 퇴사를 한다는 건 정기적인 월급과 지속적으로 쌓아나가는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이니 너무 큰 것을 포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10개월 차라도 하루라도 내가 가고 싶은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큰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라도 이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회사 메신저로 ‘팀장님, 혹시 잠시 개인면담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적어놓고 약 2시간 동안 엔터를 누르지 못했다. 이제 이 말을 꺼내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더 망설여졌다. PC 카톡으로 친구들과 카톡을 하며 용기를 받고 결국 엔터를 눌렀다. 그런데 바로 답장이 오는 것..?


Photo by Christina @ wocintechchat.com on Unsplash


지금도 비가 오던 그날의 분위기가 생각이 난다. 카페로 가서 팀장님과 둘이 면담을 시작했다. 팀장님은 내가 퇴사 얘기를 꺼낸 것에 당황을 하셨던 것 같다. 팀장님이 예상했던 면담의 주제는 나와 사수 간의 관계였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내가 그 전에도 답답한 마음을 말씀드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 사유를 물으셨을 때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답변을 했다. 대학원을 가는 길에 대한 격려의 말씀과 동시에 자신이 파악한 나는 ‘분석적인 것을 잘 못 할 것 같다’며 의견을 표현하셨다.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굳이 이 말을 했어야 했나 싶어서이다. 그런데 무서운 사실은 지금 두 번째 퇴사를 한 시점에서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시각적인 디자인 쪽으로 더 전문성을 쌓아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하지만 이 분야도 논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분석적인 것과 아예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나에 대한 평가에 대해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말에 매이지 않도록 지금도 조심해야겠다.




그렇게 퇴사 얘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 가벼웠다. 나의 퇴사 선언이 사람들에게 점점 알려지고 인수인계 과정이 시작되었다. 다음 화는 퇴사  어떤 서류를 챙겨야 하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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