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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쥬 Oct 22. 2021

다시 시작된 취준의 길

외국계 기업으로의 취직 도전기


내가 탐색한  다른 

구체적인 동기 없이 대학원에 도전했다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어서 그런지 불합격의 결과에도 좌절의 기간이 길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좌절의 시기가 길었던 건 두 번째 회사에서 또 사람에 데며 나의 약한 멘탈을 확인한 이후였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현직자들의 직무를 살펴보기 위해 ‘잇다’라는 홈페이지를 많이 방문했다. 첫 번째 회사의 직무였던 마케팅을 중심으로 조사했는데, 타고 타고 들어가다 보니 ‘마케팅 조사’ 직무가 눈에 띄었다. 이전 마케팅 경험도 살릴 수 있으며 정량/정성 조사에서의 강점을 갖추고 열심히 배워 경력을 쌓아나간다면, 잠시 포기하고 있던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가능할 수도 있는 루트였다.


Photo by Lukas Blazek on Unsplash


현직자가 추천한 협회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했다. 다행히 서류를 통과하고 예비합격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까지 갈 수 있었다. 조사 직무에 대한 이론과 실무 내용을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교육받았고, 팀을 이루어 보고서 발표까지 마쳤다. 이 과정을 통해 바로 실무에 부딪쳤으면 당황하면서 배우게 될 핵심 내용들을 미리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취업 연계 과정에서 지원하고 싶던 외국계 기업의 면접도 볼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어렸을 적부터 영어라는 언어를 좋아하고 영어로 소통하는 일에 대한 꿈이 있어서 국제무대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그 희망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다양한 기업 리스트 중에 무조건 외국계 기업의 직무에 지원했다. 이전 약 6개월 간의 취업 준비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면접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전처럼 떨지 않았고, 영어 질문에 대비하기 위한 면접 질문 리스트를 작성하여 준비하였다. 그리고 면접 날, 수학 테스트를 진행한 후 면접장에 들어갔다. 다행히 준비해 갔던 질문들에 한해 거의 나왔고, 최종 합격이라는 기쁜 결과를 보게 되었다.


Photo by Razvan Chisu on Unsplash


설렘 가득한 첫 출근

인턴으로 출근하는 첫날, 두 번째 직장에서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들뜨고 설레고 긴장되었다. 이곳에서 일을 열심히 배워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열정으로 넘친 상태였다.


내가 같이 일하게 된 상사분은 총 2명이었다. 이 직무에서 최소 10년 이상 일하신 엄청난 직급의 분들이었다. 그래서 첫날부터 더 긴장되었던 것 같다. 초반에 서로에 대해 간단히 알아가는 시간도 가지면서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질문도 받았는데, 아래 직원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상사를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업무를 지시하는 데 있어서도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시는 것에 대해서 정말 존경하게 되고 나도 그런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XX 빡치게 하네

내 직속 상사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분은 말을 엄청 세게 하시는 분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성향을 가진 분이라는 걸 파악하지 못했고 다 좋게만 보였다. 해외 조사로 새벽에도 일이 잡히는 상황이 많은 시기였고 이런 상황에서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내가 많이 답답하셨나 보다. 한 번 팀과 함께 주간 회의를 하는데 내가 업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 말에 대해 '얘가 아침부터 사람 xx 빡치게 하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셨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어안이 벙벙했다.


초반에 이메일 내용을 잘못 보내는 일들이 있어 피드백을 받고 고객사나 업체에 이메일을 보낼 때도 정확하게 보내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간이 좀 지나고는 이제 좀 빠르게 하라고 지시를 하셨다. 입사 후 한 달이 다 되어가던 즈음 다른 상사분과 나에 대한 어떤 얘기를 하셨는지 이제는 뭔가를 좀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이 날 먹었던 점심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스스로에 대해 정말 자책이 많이 들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언제 욕을 들을지 모르는 상황이 연속되니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갔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언제 나서고 빠져야 할지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 나서야겠다고 생각하면 항상 상황은 종료되었고, 나에 대한 상사들의 마음은 거의 실망감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이전 경력이 있어도 직무 능력, 영어, 멘탈 중 어느 하나 자신 있는 것이 없었다. 월급도 내가 붙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 누군가는 맞는 소리라고 할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인턴과 신입사원이 오래 사회생활을 버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뻔뻔함도 장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수용해야 할 피드백은 그 자리에서 빠르게 고칠 수 있어야 하지만, 수용할 필요가 없는 말에 대해서는 한 귀로 시원하게 흘려보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다음 직장에서는 이 능력을 꼭 계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외부 자극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성향이 매번 바뀌는 고객사와 강한 성향의 상사들을 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약 4개월 만에 나는 살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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