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와 함께 한 천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7)
시향이 모란에게 연락한 것은 블랑카 사건 이후 육개월 쯤 뒤였다.
“좋아.”
아직도 해변에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잔잔한 파도에 밀려왔다 뒤집어졌다 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런 고요한 물결에 서핑보드를 탄 사람들이 모래사장 쪽으로 쑤욱 밀려왔다가는 얼마 못 가서 물속으로 거꾸로 쳐 박히더라고. 저렇게 잔잔한데 모두들 거꾸로 쳐 박히고 있는기 웃기드만.
- 그게 웃기드나?
- 어, 웃기지않나? 내가 볼 때는 잔잔한데 그 바다를 겪는 사람은 처박히고 있더라고. 그런데 나도 맨날 쳐 박히며 살잖아? 지금도 이렇게 되었잖아. 이제는 좀 약아빠질 만도 한데...
- 그래 말이야, 가시나야. 인자는 실속 좀 챙기라, 제발.
- 바람이 서늘해서 가운 위에 뭐라도 걸칠 게 있나 싶어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남자는 잠에서 깨어있더라.
내가 베란다 문을 열자 깜짝 남자가 깜짝 놀라며
“오, 가버린 줄 알았어요.”
하더라. 그 순간, 내가 사라졌어야 옳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안했고. 남자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둣, 우리가 오래된 연인 이기라도 하듯 두 팔을 벌리며 말했지.
“이리 와요.”
라고.
“너무 밝아서 싫어요.”
내가 소녀처럼 말했지. 베란다로 다시 나가니깐 남자도 가운을 걸치고 베란다로 나와서 내 옆에 앉더라. 나는 오른쪽 옆모습이 더 나은데 하필 내 왼쪽에 남자가 앉는기라. 머쓱해져서 어색해하며 웃었지. 그리고 내가 그 사람한테 말했다.
“자기야, 바람이 다르네?”
- 에고, 모란아. 내한테는 안그렇드만 남자한테는 당신도 여성스럽네...
-그 남자는 대답은 하지 않고 내 어깨를 꽉 감싸더라. 남자들의 이런 행동은 전혀 말귀를 못 알아먹었을 때 취하는 포즈라는 것쯤은 나도 다 안다이가. 나는 그이가 멍청이 같더라. 하지만 그에게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 여름이 가나 봐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더군. 남자들은 하나같이 저렇다. 핀셋으로 꼭꼭 집어서 자, 이걸 보셔요. 이게 당신 몸에서 나온 거예요, 라고 말하는 의사처럼 해야만 하거든. 남자는 내 어깨를 놓아주더군. 둘 사이에 뭔가 풀리지 않으면 안아버리는 게 남자들이다이가.
그이는 뻔한 이야기를 계속하더라. 학창 시절 전교 1,2등을 다투었다는 얘기, 말하자면 자신이 엄청 잘난 놈이라는 말이지. 게다가 부자로 살았던 유년의 이야기를 끝없이 하더라.
-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뒤집어서 한 거 같네? 신세한탄 같다야.
- 그래, 그런 셈이지. 시향아. 나 잠 온다. 눈 좀 붙이고 다시 통화 하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