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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 Nov 15. 2019

그녀는 애원을 했다

탱고와 함께 한 천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6)

모란이 시향이게 블랑카와 그리 되었다고 말하자 자신이  배신이라도 당한 듯 말했다


- 모란아. 그런 일이 있었나? 웃기네? 그 남자 뭔데?


- 내가 알 수가 있나.


- 그래서 그 사람은 인자 밀롱가에는 안 온다는 말이네?


- 다른 밀롱가에 간다고는 들었다.


- 춤판이 원래 그렇나?


- 나도 춤이 처음이라 원래 그런 건지, 그 남자만 그런 건지는 모르지.


- 그래, 모란아, 우짜든동 우리는 상처 받지 말자. 적당히 눈치 보고 빠질 때 잘  빠지고 해래이


- 알겠다.    



그 뒤 모란은 부지런히 탱고 연습을 하는 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열심히 해도 실력이 늘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란은 점점 스스로가 실망스러웠고, 의기소침해져 갔다. 연습을 마치고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가는 길 그녀의 어깨는 늘 축 늘어졌다.     


도심지 복판에 위치한 탱고 동호회 스튜디오 근처에는 차를 주차시킬만한 곳이 없었다. 근처에  불법 주차했다가 과태료 스티커를 몇 번 받은 후 L호텔 주차장을 이용하게 되었다. 도심에 위치한 그 호텔 주차비가 비쌀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시간당 5백 원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이후, 그녀는 L호텔 주차장을 이용하게 되었다.     


- 안녕하세요, 2천 원입니다.


라고 주차 정산원이 웃으면서 말하면 모란은 언제나 신용카드를 건넸다. 그러면 남자는 방긋거리며 신용카드와 영수증을 그녀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교양이 가득하지만 섣불리 접근하지 못할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 영수증은 버려주십시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한 달이 지나고 두 달, 세 달 네 달이 지날 때까지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 안녕하...


- 영수증은 버려주십시오


- 예... 2천5백 원 결제하겠습니다.  


이런 식의 대화가 6개월을 넘겼다. 남자는 모란이 “영수증은 버려주십시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언제나 신용카드와 함께 영수증을 건넸고, 그녀는 신용카드만을 골라 받으면서 영수증은 버려달라고 뒤늦게 말하곤 했다.     


남자는 계속해서 영수증과 신용카드를 그녀에게 건넸고 모란은 계속해서 제발 영수증은 버려달라는 애원을 계속 했다.


주차 정산원에게 애원을 했던 그 6개월동안 모란에게 작은 사건이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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