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상황을 통한 퍼실리테이션 여정의 총정리
이번 챕터에서는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한 팀빌딩 워크숍의 작은 갈등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생생하게 되돌아보고, 퍼실리테이터로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겠다.
퍼실리테이션 갈등 사례와 해결과정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갈등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이번 팀빌딩 워크숍 역시 해결하고 싶은 갈등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 중, 이미 사전에 논의된 주제인 개인사/업무지시에 대해 동일한 프로세스로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하니,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parking lot으로 구분하여 향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과 parking lot으로 구분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새로운 주제에 대해서 살펴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두 가지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회식하는 상황에 적용하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음을 느겼어요. 이런 식으로 우리 가족에 대한 주제나 내가 소통을 어려워하는 집단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이 활동을 하며 지금 머릿속에 거래처의 Z세대 신입사원 담당자분과 업무적인 소통을 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추가적인 주제로 새로운 논의를 하게 되면 오늘 워크숍이 지연되진 않을까요?”
“오늘 워크숍을 준비한 퍼실리테이터가 설계한 프로세스를 벗어나게 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 역시 두 의견을 들으며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었다.
'오늘 설계한 워크숍 프로세스가 있는데...'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준비한 프로세스 속에서 안정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과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하더라도 숨어 있는 갈증에 대해 듣고 주제를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교차하였다. 이때 퍼실리테이터의 철학을 되새겼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현명하고, 올바른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워크숍의 주인공은 여기 있는 현명한 참석자들임을 떠올리자 그들이 느끼고 있는 숨은 갈증에 대해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방향을 잡게 되었다. 워크숍은 여기 모인 참석자들의 실제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의뢰자와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는 점, 준비한 워크숍의 프로세스가 있지만 지금 당장 더 해결하고 싶은 아젠다가 있다면 그 아젠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의 남은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게 될 것이고, 이것이 오늘 내가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하는 더 큰 기쁨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꺼낸 질문은 “우리에게 숨어있는 갈증은 어떤 것들일까요?”였다.
참석자들이 서로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순간, 한 참석자가 말했다.
“Z세대들과의 관계 중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당장 개선하고 싶은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심에 감사를 표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말씀 감사합니다. 혹시 Z세대와 겪고 있는 새로운 갈등 상황을 고민해 본다면 걱정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앞서 기존 주제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견을 준 두 참석자의 걱정은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퍼실리테이터에게 느끼는 미안한 감정과 같이 내가 감수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이에 기존 예정된 시간 안에서 하나의 새로운 주제를 다루더라도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내 보자는 합의를 하고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다.
걱정되는 마음과 정말 의미 있는 시간들로 구성하고 싶은 책임감에, 모두가 식사하러 떠난 자리에 남아 간단히 빵을 먹으며 한 시간 동안 남은 워크숍 3시간에 대한 상세 설계서를 재정리하였다. 우선 되돌아보기 시간에서 도출된 아쉬웠던 점을 반영하며,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만큼 새롭게 오프닝을 구성하였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는 의견을 고려하여 그림 카드를 활용해 지금의 감정을 표현해 보고, 오후 3시간 동안의 스스로 지키고 싶은 그라운드 룰을 이야기해 보았다. 그리고 도출된 그라운드 룰을 다 함께 읽으며 오후 시간을 시작하였다. 이어서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은 나의 상황을 서로 간에 이야기할 수 있도록 Pair talk 시간을 가지고, 오후 워크숍이 끝나고 얻고 싶은 결과물의 형태에 대한 자유 토론 시간을 가졌다. 오전 워크숍과 같이 새로운 주제에 대한 실행 방안을 결과물로 도출하되, 구글 시트를 활용하여 향후 개인별 활용한 기록을 남기고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들을 공유하여 이 워크숍에서 결정된 실행 방안이 종료되지 않고 실제 적용 경험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자는 한 참석자의 제안에 모두 동의하였다.
본격적인 갈등 경험 분석은 표출>정렬>탐색>평가의 순서로 논의를 이어갔다. 표출 단계는 앞서 동료와 이야기한 나의 사례를 되돌아보고, 또 다른 사례가 있는지 브레인스토밍한 뒤 키워드를 포스트잇에 작성하여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하였다. 정렬 단계에서 작성한 포스트잇을 플립 차트에 붙이며 비슷한 주제들의 의견을 그룹핑하고, 모호한 키워드는 어떤 의미인지, 작성된 의견 외 새로운 사례는 없는지와 같은 질문을 통해 탐색 과정까지 이어갔다. 오전의 워크숍으로 논의 방식에 대해 적응한 참석자들은 한층 편안하게 의견을 개진하였고,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었다. 평가 단계에서 의견을 정리해 보니 참석자들이 대다수가 고민하는 해결하고 싶은 갈등 사례로 “소통”과 “책임감”이라는 주제가 도출되었고, fist to five를 활용하여 개인별 관심도를 세부적으로 들어본 결과 모든 참석자가 5점 만점으로 “Z세대와의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로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하였다.
쉬는 시간 후 마지막 아젠다는 “Z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실행 방안 도출”에 대해 표출>정렬>탐색>평가>실행의 순서로 논의하였다. 편안한 의견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갈등이 해결된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지고, 표출 단계에서는 소통의 요소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T차트를 활용해 Z세대와 소통왕의 특징과 소통을 못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각각 비교해 보았다. 이어진 정렬 및 탐색 단계는 자유 토론 방식으로 T차트의 요소들을 보며 효율적 소통 방법에 대한 방안들을 플립 차트에 정리하였다. 이때 참석자 한 사람마다 제안하는 방안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지, 혹시나 걱정되는 점은 없는지와 같은 질문을 통해 소외되는 참석자 없이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최종 실행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평가 단계는 동의 단계자를 통해 5점 이하의 득표 없이 높은 지지를 받은 Top3의 실행 방안을 선정하였다.
마지막 실행 단계는 워크숍 이후 선정된 실행 방안을 구글 시트를 활용하여 개인별 활용한 기록을 남기되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들을 공유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 결정된 실행 방안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 적용 경험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에 참석자들이 동의하였다. 마지막 순서는 오늘 전체 6시간에 대한 워크숍에 대한 소감을 통해 되돌아보며 긍정적인 분위기로 워크숍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며 느낀 점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면서 항상 참석자들의 고민과 걱정을 진심으로 알고 싶은 마음과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해결방안을 도출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것이 자연스러운 교감으로 이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자칭 교감하는 퍼실리테이터로 소개하고 싶은 자신감과는 달리 퍼실리테이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질문”과 기반이 되는 “철학”에 대해 정교함과 확신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질문에 메시지를 포함하기도 하고, 참여자들보다 제 중심의 논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발산 후 수렴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으르렁 지대>에서 당황하는 순간이 있었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현명하고, 올바른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는 퍼실리테이터의 철학을 떠올리고 워크숍의 주인공은 여기 있는 현명한 참석자들임을 되새겼고 질문으로 대응했다.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이다.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할 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은 이러한 소통을 촉진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것이다. 또한, 준비된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기업교육에 활용한 퍼실리테이션 여정들을 되돌아보며 퍼실리테이터션의 적용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네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퍼실리테이션의 도구나 스킬을 어디에 적용할지 보단 참석자들의 숨어있는 니즈파악에 집중해 보자.
사례로 살펴본 온보딩, 직무교육, 리더십, 팀빌딩 워크숍 모두 분석단계를 통해 퍼실리테이션의 적용을 고려하게되었다.
둘째, 퍼실리테이션은 참여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믿자.
살펴본 사례의 참석자들 모두 상황은 다르지만 "각자의 상황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원하는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자"라는 공통된 미션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셋째,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험을 통한 내공뿐만 아니라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 간단하지만 잊기 쉬운 철학을 통해 갑작스러운 갈등이나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마지막 사례에서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퍼실리테이션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임을 즐겼으면 좋겠다. 되돌아보니 퍼실리테이션의 과정 속에서 참석자 뿐만 아니라 퍼실리테이터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앞으로도 이러한 경험을 지속해 나가며 성장하는 퍼실리테이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