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그리고 저스틴 비버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

by 팡동이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는 도착한 첫 날을 제외하고 나머지 날들 모두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소나기도 여우비도 아닌 것이 일정한 박자와 축축한 향기를 가지고 도시를 온통 적셨다.


'비가 이리도 잘 어울리는 도시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생각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가장 유명한 예수상은 (멀리서 바라만 봤을 뿐) 끝끝내 보고 오지 못했다. 비가 오면 예수상까지 올라가는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열차의 운행 여부는 시시각각 변동됐는데 - 떠나기 전날 아침까지 일어나자마자 한 일은 창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는 것.


하늘은 비가 오지 않아도 곧 잘 흐려졌다. 아침 하늘이 맑아 기대를 품고 떠날 채비를 마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수상을 보지 못해 리우에서의 일정을 계속 연장해 나가는 여행객들이 늘어갔다. 우리는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부터 이파네마 해변까지 걸었고, 무작정 버스에 올라타 다운타운으로 향하기도 했다. 조금 위험한 곳에 잘못 내리기도 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정말 특별한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를 만난 건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였다.


소년은 장애가 있었다. 어려서 병을 앓았고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얼굴엔 거뭇거뭇 수염이 나 있었지만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소년은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저스틴 비버의 <Never Say Never>라는 곡이었다. 음정, 박자 모두 많이 어긋난 소년의 노래. 하지만 내가 태어나서 본 가장 행복한 얼굴.


소년의 아버지는 옆에서 소년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 누구 하나 소년을 제지하거나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소년이 저스틴 비버의 노래를 부를 때, 나와 동승했던 나탈리아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순간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노래를 하나둘씩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모르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소년은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나와 나탈리아의 손등에 키스를 해 주었다. 행복하다는 기분을 현재 진행형으로 느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그 순간 행복하다는 감정 하나 만으로 온몸이 꽉 찰 수도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TV나 라디오, 혹은 길을 걷다 어디선가 저스틴 비버의 <Never Say Never>가 들려오면 어김없이 그날을 생각한다. 소년을 생각하고, 소년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나탈리아와 버스 안에 타고 있던 브라질 사람들을 생각한다. 모든 것들이 아련해지는 순간이다.



더 이상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바라며 리우에서의 일정을 늦출 수가 없었다. 예수상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날이 갈수록 사라졌다.


리우를 떠나던 날은 신기할 만큼이나 화창했다. 배낭을 메고 떠날 채비를 하는 내게 마리네는 말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은데 정말 예수상을 안 보고 갈 거야? 후회할 텐데."


아쉬움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 날 리우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간절했던 무언가를 등 뒤에 남겨 놓은 채 떠나는 것도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연습해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연습의 시작을 리우 데 자네이루의 예수상으로 두었다. 내가 이다음에 리우를 찾게 된다면. 그러니까 몇 년 후가 될지, 몇십 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다시 온다면 - 나는 가장 먼저 언덕 위 예수상으로 달려갈 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거다.


"남겨둔 것들이 있어 다시 올 수밖에 없었어!"


그날이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